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넘기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실상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산업과 에너지는 분리되며, 한국전력·한수원 등 에너지 공기업의 환경부 이관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하지만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산업과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산업 기반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배터리 등은 모두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직결된다. 에너지가 흔들리면 산업이 흔들리고, 산업이 무너지면 수출·고용·기술 자립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기후정책은 중요하지만, 산업 기반 위에서 설계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현장을 모른 채 재단한 정책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부처의 철학이다. 산업부는 지원·유인 중심 부처고, 환경부는 규제·관리 중심 부처다. 각자의 기능에 맞는 역할이 있는데, 이를 한 데 섞으면 균형이 무너진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은 ‘기후+에너지’ 통합 실험을 했다가 실패했고, 다시 기능을 떼어내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조직개편은 보여주기보다 기능과 실행력의 문제다.
지금 한국 산업계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에너지 고속도로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정책은 현실과 맞닿아야 한다. 현장의 논리 없이 환경의 논리만 앞세우면, 정책은 신뢰를 잃고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의 동력까지 잃는다.
'곡성'의 종구는 끝내 잘못된 판단으로 딸을 잃는다. 믿음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기준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정책에도 되물어야 할 질문은 같다. "뭣이 중헌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