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종합상사가 전통적인 무역 중개 사업을 넘어 에너지와 식량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관세나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등 외부 불확실성이 늘어나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회사의 상사부문은 태양광 개발 사업을 통해 올해 2분기 매각 이익 810만 달러(약 112억 원)를 거뒀다. 이는 전 분기 매각 이익(480만 달러)보다 69%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그간은 미국을 위주로 태양광 매각 사업을 진행했는데, 최근에는 이외 지역의 수익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호주 퀸즈랜드에서 개발 중인 45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PV)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를 올해 내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건은 미국 외 지역 수익화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미국 내 태양광 개발 건수는 현재 약 100개로, 총 용량은 22~23GW(기가와트)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미국의 우량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존의 ‘착공 전 매각’ 모델에서 나아가 지분 투자부터 운영까지 직접 참여하는 모델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와 식량 사업 등에 집중하며 밸류체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4년부터 가스 생산ㆍ판매를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은 4단계 개발에 돌입해 추가 매장량 발굴을 위한 상세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4단계 개발에 따른 가스 생산은 2027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3단계에서 이미 상업 생산에 돌입한 미얀마 가스전은 올해 2분기 20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5.7% 넘게 늘어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북미에선 5월에 장기계약 기반의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도 확보했다. 향후에는 LNG 벙커링 등 미드스트림(운송·저장) 전반으로의 사업 확장도 염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북미 시장 사업 확장 차원에서 알래스카산 LNG 투자와 미국 남부 지역 비전통 가스전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팜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는 팜 사업 밸류체인을 확대해 이익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팜 정제공장 건설을 진행 중인데, 2분기 말 기준 종합 공정률은 92.5%다. 올해 3분기 완공해 운영 체계를 구축한 후, 4분기부터 시운전과 상업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외 SK네트웍스는 종합상사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지주사로 탈바꿈 중이다. 기존 정보통신기기 유통과 렌탈 중심에서 벗어나, 신사업 투자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제조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지난달에는 차량용 실내부품 제조기업 시그마를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작했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한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졌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트렌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