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왜 '대박' 못 쳤냐고요? [엔터로그]

입력 2025-08-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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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텍스트 속 장면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 상상만 해도 벅차오를 텐데요. 탄탄한 세계관과 팬덤을 지닌 이야기라면 더욱 이 열망도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수요를 반영해 원작이 따로 있는 지식재산권(IP)를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오히려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영상화가 안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원작이 너무나 뛰어나고, 그대로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욕심인데요. 원작 팬들의 비판 세례를 받은 드라마나 영화도 수두룩하죠.

올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뽑혔던 영화에 대해서도 이런 양면적인 팬심이 나온 바 있습니다. 영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는 한편으로는 팬들의 우려도 이어졌는데요.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팬들을 열광케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여름 최대 기대작 '전독시', 100만 돌파 코앞이지만…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 영화입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단순히 '인기 있는' 웹소설이 아닙니다. 2018년 연재를 시작한 이 웹소설의 글로벌 누적 조회 수는 3억 회, 그야말로 웹소설 시장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이미 웹툰으로도 제작됐는데요. 웹툰 역시 크나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을 통해 9개 언어로 번역·연재 중인 '전독시' 웹소설과 웹툰을 합산한 글로벌 누적 조회 수는 25억 회에 달합니다. 이 중 영어 플랫폼에서의 웹툰 조회 수는 약 4억9000만 회로 전체 웹툰 조회수의 약 21%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메가 히트작이죠.

탄탄한 팬덤을 지닌 IP인 만큼 영화화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로 속도감 있는 액션을 선보인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다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K팝 데몬 헌터스'로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 안효섭, 이민호, 나나, 채수빈, 신승호, 지수 등이 출연하는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도 화제를 모았죠.

이뿐이었을까요. 제작사도 화려합니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함께' 시리즈 등 1000만 영화 3편을 보유한 곳입니다. 특히 바로 전작인 '신과함께' 시리즈도 죽은 뒤 49일간 7번의 재판을 거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한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던 터라 기대가 남달랐죠. 두 편의 '신과함께' 시리즈는 총 제작비 400억 원을 들였는데요. 한층 향상된 영상 기술, 매력적인 한국형 판타지 요소로 새 이정표를 세운 판타지 영화로 남았습니다.

'전독시'의 제작비는 약 300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암울한 극장가에서 이 규모는 '도박'에 가까웠지만, 메가 히트작을 원작으로 하는 데다가 화려한 '작감배(작가·감독·배우)' 라인업, 정부가 발행한 영화 할인 쿠폰까지 맞물린 만큼 여름철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표작으로 기대를 받았죠. 출발도 '1위'로 산뜻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관객 수가 급감했습니다. 4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독시'는 전날 3만5029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는데요. 누적 관객 수는 97만398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긴 하지만, 지난달 23일 개봉했다는 사실과 손익 분기점을 고려해보면 아쉬운 성적임은 자명하죠. '전독시'의 손익 분기점은 600만 명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출처=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출처=네이버 시리즈)

원작 팬들의 아쉬움, 왜?

사실 '전독시'는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의 우려를 자아낸 바 있습니다.

우선 인터뷰 내용이 팬들의 의아함을 불렀는데요. 한 매체를 통해 제작자는 "지방대를 나온 비정규직 직원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위로를 줄 것 같아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팬들은 어리둥절해 했죠. 원작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 아닌 데다가 '김독자' 캐릭터 설정에서도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전독시' 애독자 사이에서는 이때부터 심상찮은 기류가 흘렀습니다.

또 캐릭터 설정부터 향후 전개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대사 등 복선이 영화에서는 수정 및 삭제되면서 팬들의 실망감을 높였는데요. 원작의 주요 매력 포인트는 성좌, 스타스트리밍 등 작품만의 남다른 설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요소들이 영화에서는 사실상 사라지면서 밋밋한 판타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이어졌죠.

방대한 양의 서사를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영화화한 만큼, 각색은 필수불가결의 과정이었을 겁니다. '전독시' 원작에서의 이순신 성좌 등 설정도 영화로 이 IP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겐 '불친절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죠.

김병우 감독 역시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의 분량이 굉장히 길고 그 일부분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압축한다면 불가피하게 왜곡과 손실이 발생한다"며 "어떤 부분은 영화에 맞게 약간의 수정과 각색이 필요한 지점이 있었고, 제일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한편으로 이야기의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전독시'가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메가 히트 IP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부릅니다. 원작이 있는 모든 콘텐츠가 그렇듯 각색은 '선택과 집중'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팬을 보유한 이야기라면 그저 '잘 골라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데요. 무엇이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는 거죠.

비슷한 맥락으로 원작 팬들의 비판을 받은 작품은 또 있습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대표적이죠. 재벌 총수 일가의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던 직원이 재벌집 막냇손자로 환생, 전생 기억을 바탕으로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긴장감과 통쾌함을 안겼습니다. 송중기, 이성민, 김신록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당시 안방극장을 집어삼킨 작품은 돌연 최종회에서 '삐끗'했는데요. 내내 카타르시스를 안겨오더니 마지막회에서 모든 게 주인공의 꿈에 불과했다는 설정으로 황당함을 자아낸 겁니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파리의 연인' 급으로 허무한 결말"이라고 당혹감을 표했죠.

원작 팬들은 그야말로 뒷목을 잡았습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재벌가의 다른 인물들을 모두 제치고 그룹의 회장 자리까지 오르죠. 주인공은 현실에서의 자신이 세상을 떠난 곳에 가서, 현실의 자신을 기리는 모습으로 극을 마무리합니다.

결국 원작의 매력 포인트는 회귀한 주인공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하면서 자아내는 '카타르시스'였는데, 드라마는 이와 상반되는 결말을 택하면서 상당한 실망감을 부른 겁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 중요 설정 바꿨어도 성공한 영화…관건은 '풀이'

영화 '전독시'는 속편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쿠키 영상에도 다음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 짧게 제시됐는데요. 원작의 이야기가 워낙 방대한 만큼 확장 가능성도 넓죠.

그러나 김병우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속편의 제작 여부는 전편 흥행에 달린 터라 속편 제작 여부를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김병우 감독은 속편 제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처음 이 영화를 하려고 제작진, 배우들과 만났을 때부터 (속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나리오를 보면 그다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속편 제작은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느냐에 달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죠.

모든 원작 기반 콘텐츠가 그렇듯, 각색은 불가피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선택이 성공적이기 위해선 '무엇이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는가'를 짚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단순한 압축이나 요약이 아닌, 원작의 핵심 정서를 새로운 매체에 맞게 번역해내는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이죠.

'신과함께' 시리즈처럼 원작과 다른 노선을 택하면서도 영화만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간 사례는 분명 존재합니다. '신과함께' 역시 개봉 전 '진기한' 캐릭터를 삭제하면서 원작 팬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은 바 있는데요. 대신 캐릭터의 주요 역할을 타 캐릭터와 통합, 한정된 러닝 타임에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전개했죠. 원작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자홍'은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이 됩니다. 이런 사람이 ‘귀인’으로 분류돼 환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새로운 설정을 부여, 관객이 감동할 '영웅성'을 더할뿐더러 '희생'이라는 메시지도 더욱 강화했죠.

반면 '전독시'는 원작의 상징적 요소를 덜어낸 대신 영화만의 새로운 매력을 완전히 제시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는데요. 결국 각색이란 이야기를 요약하는 일이 아니라 해석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방증한 셈입니다. 팬들이 사랑한 지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영화의 방향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단순히 따라 그리는 '복사+붙여넣기'도 아닌, 원작의 감정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 원작이 거대한 IP인 만큼, 그 책임도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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