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가 한 학기 만에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전락했다. 교과서 지위를 상실한 AIDT는 사실상 교육 현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AIDT 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참고서와 같이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250명 중 찬성 162명, 반대 8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교과서는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향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각 학교의 재정과 자율성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IDT는 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윤석열 정부 때 도입됐다. 교육부는 AIDT의 인프라 구축과 기기 구입, 교사 연수 등을 위해 지난해 5300억 원 넘는 예산을 썼다. 올해 1학기부터 초 3·4학년(영어·수학), 중 1·고 1(영어·수학·정보) 일부 학생들이 AIDT로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불만과 기술적 문제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이에 초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AIDT를 채택한 학교는 32%에 불과했다. AIDT의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교과서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 AIDT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다.
특히,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AIDT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예산 지원 및 기술적 지원이 학교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와 교육청의 재정 상황에 따라 AIDT 사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장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AIDT를 개발한 발행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행사들은 이미 검정 절차를 거쳐 교과서로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으로 지위가 박탈되면서 큰 손해를 입게 됐다는 목소리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되면서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교사 연수 등에서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발행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으며, 향후 AI 디지털교과서의 개발 중단이나 대체 콘텐츠 출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교육부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AIDT가 교육자료가 된다면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지원하겠다"며 "2학기 학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FAQ(자주 하는 질문) 등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