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격차 좁히다 첫 역전
카드사, 본업 부진 고비용 구조 탓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수익구조가 보험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연체율 상승, 조달비용 부담, 마케팅ㆍ운영비용 증가 등이 겹치며 전통적인 강자였던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와 보험사를 모두 보유한 KB·신한·하나금융 계열 생명보험사 3곳(KB라이프·신한라이프·하나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47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융지주 계열 3개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의 5381억 원보다 95억 원 많다. 3개 생보사의 합산 순익이 카드사들을 넘어선 것은 3대 금융지주의 공시를 통해 비교 가능한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3대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와 카드사의 합산 순이익 격차는 최근 1년 새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카드사 합산 순익이 생보사보다 2272억 원 많았다.
손해보험사의 실적 확대도 3대 금융지주 비은행 이익의 중심축을 보험사로 이동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020년 1638억 원에서 2025년 1813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KB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1440억 원에서 5581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순이익 격차는 2020년 198억 원에서 2025년 -3768억 원으로 반전됐다.
이러한 순익 역전 현상은 카드사의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이 정체되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위험 대출 비중이 커졌고 경기 악화로 취약 차주의 연체가 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함께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미리 반영하는 비용으로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실적립액은 11조350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0.48% 늘었다. 연도별 1분기 기준으로는 △2021년 9조1589억 원 △2022년 9조7415억 원 △2023년 10조5472억 원 △2024년 11조2958억 원 △2025년 11조3501억 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회원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과 결제 취급액 증가에 따른 서비스 비용도 수익성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산업은 지난 10년 넘게 가맹점 수수료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기순이익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여기에 지난해 경기 침체와 연체율 상승이 겹치며 대손비용이 늘어난 것이 카드사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금리 국면에서는 예금이나 보험료 수신이 가능한 은행이나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실적을 내기 유리한 구조"라며 "반면 카드사는 조달비용 상승과 이자 부담 확대라는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