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최근 좁은 지하 터널에서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인질 영상을 공개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중 하나인 에비아타르 다비드(24)는 공개된 영상에서 땅을 파면서 “내가 묻힐지도 모르는 무덤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상은 시계가 똑딱거리는 그래픽과 히브리어, 아랍어, 영어로 적힌 ‘휴전만이 그들을 살려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구로 끝이 난다. 하마스가 포로들의 굶주림을 이스라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짚었다.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과의 임시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쟁 종식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인질들의 영상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쇠약한 모습으로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경고하며 석방을 간청하는 또 다른 인질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들의 처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영상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하마스와의 협상을 통해 나머지 인질들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의 아버지는 전날 밤 텔아비브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쟁을 끝내고 모두를 데려 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빵에 굶주리고 목이 마르고 아프고 육체적으로 부서지고 정신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그만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밀슈타인은 “하마스는 굶주리는 인질들의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이스라엘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를 이용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인질들의 지속적인 고통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의 분노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계산된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