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 투심 위축…BMSI 100 아래로
"자금조달 전반 급속 냉각" 사모시장 내몰려
하반기 관세 충격 전 유동성 추가 확보 가능성도
신용등급 강등 전 조기 조달해 차입 비용 방어
기업들의 신용도 악화와 더불어 거시경제 등 자금조달 환경마저 악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상호 관세 등 무역 장벽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회사채 투자에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대미 수출 상호 관세가 15%로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지만, 관세 및 비관세 협상이 기업별 신용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회사채 발행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1기 시절엔 완화적 통화정책과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어느 정도 뒷받침했다"면서 "지금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의 금리 동결 기조 속에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경기 둔화까지 맞물리며 자금시장 전반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인 분위기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이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 여건 개선 기대는 약화했고, 비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시장 체감지표(BMSI)는 99.7로 전월(114.8)보다 15.1포인트나 하락했다. BMSI가 100 이상이면 채권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기대하는 등 심리가 양호하다는 것이고, 반대로 100 이하면 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관세 리스크로 기업 신용도가 악화하면 자금조달 시장 내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추가로 등급이 떨어지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퇴출되고 사모 조달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도가 악화할수록 금리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며 “관세 부담이 원가 구조에 상시적으로 반영되는 시점부터, 등급하향 압력 상승→자금조달 부담 증가의 악순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관세 리스크를 우려해 상반기 선제적으로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던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유동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1기 관세 국면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 전 자금을 조기 조달해 차입 비용 상승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이 대미 투자 부담을 감수하려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고 신용도가 악화하기 전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회사채 수급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