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뷰티도 유행, 유행 시들면 결국 실적에 타격"
"뷰티 기업 인수 검토조차 안 하는 하우스도 있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K뷰티' 업종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이다. 화장품은 물론 미용기기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이 기업들에 원매자(매수 후보)들이 줄을 서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K뷰티 열풍의 지속성에 의구심을 품는다. 유행이 시들면 기업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며 최근 구다이글로벌은 8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 중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JKL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투자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기업 투자 지주사격인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K뷰티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2019년 조선미녀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등 지난해까지 다섯 곳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최근에는 서린컴퍼니, 스킨푸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CB 발행도 해당 기업들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구다이들로벌에 여러 PE들이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것은 최근의 'K뷰티' 열풍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페렌벨, 애경산업 등 매물로 나온 뷰티기업들에도 원매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 생각이 없던 창업주들도 일부 뷰티 기업이 높은 몸값으로 매각하는데 성공하면서 경영권 지분 매각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뷰티 브랜드에 에비타 멀티플(EV/EBITDA) 10~20배가 적용되면서 오너들이 엄청난 가격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평소에 매각을 생각하지도 않던 뷰티기업 오너들도 매각을 고민하고 있고, 아마 매물로 나온 브랜드도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뷰티기업들의 높은 실적이 지속가능할지는 두고봐야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뷰티기업들은 중국향(向) 매출이 중요했는데 최근에는 미국·유럽향 매출이 중요한 지표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뷰티기업들의 숫자(실적)가 잘 나오고 있어 올해까지 핫한 업종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높은 매출이 지속가능할지는 두고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뷰티도 전통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패션일 뿐"이라며 "하우스마다 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뷰티브랜드를 인수하고,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도 있다. IMM PE는 2017년 1세대 화장품 로드샵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후 수차례 매각 시도 끝에 분리매각으로 선회했다. 에이블씨엔씨는 IMM PE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전망을 안 좋게 보는 투자 하우스 중에는 투자를 검토조차 안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이 관세를 10%에서 15%로 상향하면서 화장품 기업의 실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뷰티 업체는 직수출 구조를 바탕으로 인보이스(수출신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관세를 대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출 단가는 하락하지만 물량은 유지돼 통계상 수출금액만 감소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