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35.6% 급증
시총 1조클럽 190개→225개로 늘어
증권ㆍ보험 등 금융株 성장 두드러져
세재개편안 실망, 1일 3.9% 급락...상승세 주춤

올해 코스피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과 ‘1조 클럽’ 편입 종목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자본시장 개혁 기대와 증세 유예, 자사주 소각 논의 등 주주친화정책이 시총 상승을 이끌었고, 금융·중형주 중심으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주주 양도세 기준 재강화 등을 포함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이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2662조7433억 원으로 지난해 말(1963조3288억 원)보다 약 699조4145억 원 증가했다. 7개월 만에 시총이 35.6% 급증한 것으로 이는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가장 빠른 증가세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 수는 190개에서 225개로 35개 늘었다.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기조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중형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시총이 빠르게 확대됐다.
금융·보험·증권 업종의 ‘1조 클럽’ 신규 진입이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생명(1조3170억 원), 동양생명(1조3635억 원), 대신증권(1조2972억 원), 한화투자증권(1조257억 원)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증권세제 유예와 배당 우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논의와 금리 인하, 증시 상승이 맞물리며 증권업 전반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 확대, 부동산 PF 실적 회복도 증권주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기자재와 방산 관련 종목도 새롭게 1조 클럽에 편입되며 약진했다. HD현대마린엔진(1조2076억 원), SK오션플랜트(1조2043억 원), SNT다이내믹스(1조3687억 원), SNT에너지(1조1134억 원), 가온전선(1조1675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방산 수출 확대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31일 한미 간 상호관세가 15%로 최종 타결되면서 조선업은 협상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부상했다.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산업 투자 프로그램(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을 통해 한국 조선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서비스 기반 확보와 신규 수주 확대라는 이중 효과가 기대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7개월 새 약 105조 원 늘어난 422조6621억 원으로 시총 1위를 유지했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7.3% 급증한 199조1086억 원을 기록해 시총 증가폭 1위를 차지했다.
코스피는 최근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에는 3230.57로 마감하며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올랐다. 자본시장 개혁 기대, 금리 인하 전망,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연초 이후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지난 1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에 급락해 전장보다 126.03포인트(pㆍ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4월 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 미국발 상호관세 충격에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며 “법인세 인상, 증권거래세 인상,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4%에서 25%로, 0.15%였던 증권거래세는 0.20%로 각각 높이는 안이 포함됐다. 여기에 주식 매각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도 담겨, 증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