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이다. 2분기 ‘빅4’ 방산 업체(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합산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진격의 K방산은 너무나도 익숙한 수식어가 돼버렸다.
얼마전 제1회 ‘방위산업의 날’을 맞아 K방산을 돌아보는 기사를 썼다. 실적 잔치를 벌이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는 한마디에 취재를 시작했다. 그런 얘기는 하기 쉽지 않다며 다들 말을 아꼈다.
목소리를 담지 못한 한 취재원이 있었다. 기사가 나가고 한참 뒤 연락을 받았다. “온도 차 정도가 아니죠.” 방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분위기에 온도 차가 있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 전 매섭게 돌아온 대답이다. 대기업이 글로벌 수출 계약으로 몸집을 불려도 중소기업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K방산 경쟁력을 흔히 가성비라고 말한다. 대기업과 정부가 무기 매수국과 정해진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오면, 수백 개 중소 협력사는 대기업이 원하는 원가로 납품을 해야 한다. 원가 후려치기가 없을 수 없다. 원재료값과 인건비가 치솟아도 이를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력사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다.
중소기업에게는 정부 지원 예산조차 문턱이 높다. 부품 국산화 관련 연구개발(R&D)·설비 지원 사업만 해도 그렇다. 대기업 참여 여부가 성패를 가른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싶어도 대기업을 끼지 않으면 정부 과제나 지원을 따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해외 시장 진출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지만, 중소기업은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는 국내 개발된 기술교범을 기반으로 부품 개발·생산을 한다. 국산 기술교범을 따라 개발된 부품은 국제 표준에 입각해 개발된 무기체계에 활용되지 못한다. 수출 활로를 열기 위해 국제 표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사육사라면 대기업은 사자고 중소기업은 사슴, 다람쥐 같은 존재죠. 사자가 남겨준 것만 먹으면 사슴이랑 다람쥐는 굶어 죽어요.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먹거리를 찾아야죠.”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토론회에서도 얘기가 나왔다. 한 방산 중소업계 관계자는 자유 발언이 시작하자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었다. 중소기업도 함께 살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본인도 첩보를 많이 들었다고 호응하며 참석자들에 박수를 유도했다고 한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대통령이 화답한 상징적 장면이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방산 생태계 조성은 지속 가능한 K방산의 선결조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