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비중 높은데…철강 관세 50% 현행 유지에 업계 ‘발동동’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5%, 철강·알루미늄에는 50% 관세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일본·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업계는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선방’으로 평가한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았던 한국산 자동차는 일본·EU보다 2.5%포인트(p) 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철강·알루미늄 등 핵심 품목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해 실망감이 크다.
대통령실은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상호 관세율을 15%로 합의했으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측 관세율도 15%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관세율이 확정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당장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일본과 유럽은 기존 2.5%에서 15%로 관세율이 올랐지만, 한국은 무관세에서 곧장 15%로 상승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져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자동차 관세 12.5%를 주장했으나 15%를 받아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89만3200대로 글로벌 전체 판매의 21% 수준이며,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은 40% 이상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인 상황에서 15% 관세는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50만 대씩 관세 대상이며 관세 1%당 양사 각각 연 1500억 원 내외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쿼터제 도입 등에 기대를 걸었던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철강 관련 논의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미국이 국내 철강 최대 수출국인 만큼 업계 우려는 더욱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총 43억4700만 달러로 전체 철강 수출액의 13.1%를 차지했다.
일본과 유럽 기업 대비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실제 일본은 대미 수출 비중이 낮은 데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 등 현지화를 본격화하고 있어 리스크는 더 클 전망이다. 유럽 역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그린딜 등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철강 쿼터제 도입에도 합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행 유지 흐름이 확정된 이상, 장기적으로 품목 관세와 관련한 협의가 지속되길 바란다”며 “우선은 생존하려면 회사는 수출 지역을 다각화하고 정부는 국내 시장에 대한 안정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