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5% 주장했으나 수용 안 돼”
"미국 15% 마지노선으로 잡아…시간 끌면 불리하다 판단"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품목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춰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쟁국인 일본 및 유럽연합(EU)과 같은 관세를 부과받는 것은 그간 무관세 수출로 얻었던 이점을 잃는 것으로 구조적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역시 최악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속에도 관세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하는 동시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5% 관세율은 일본과 EU와 같은 수치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일단 25% 고율 관세가 해소된 데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무관세 체계가 깨진 것은 아쉽지만 일본, EU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게 된 만큼, 한국산 차량만 불리한 구도는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일본계 브랜드(도요타·혼다 등 7개사)는 588만 대(점유율 37.1%), 유럽계는 162만 대(10.3%)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는 총 170만 대(10.8%)로 일본·유럽에 비해 적지 않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관세 조정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동안 25% 관세로 인해 약 1조6142억 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5.8%, 기아는 24.1%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합산 기준으로는 19.6% 감소다.

다만 일본과 EU는 기존 2.5% 관세에 12.5%의 상호관세가 추가돼 최종 15%로 상향된 반면,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상태에서 15%로 전환된 만큼 실질적인 가격경쟁력에서 2.5%포인트 손실을 입게 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부도 최소한 12.5%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기 위해 끝까지 협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5%를 고수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일본과 조건 차이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야당은 곧바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율이 제로였지만 일본은 2.5%를 적용받고 있었다. (일본과)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일본 차의 경쟁력이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 사실상 우리 자동차의 손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는) 협상 초기부터 한미 FTA가 있으니 12.5%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EU와 일본이 15%를 받으면서 미국의 자동차 노조 등이 이에 대해 반대하면서 다른 나라에 15%를 주는 게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FTA이건 아니건 15%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정치적 반발로 일본만 15%를 받고 따라오는 국가는 15%를 못 받는 상황이 나올 우려가 있어 협상에 속도를 냈다"라며 "12.5%를 받으면 더 좋았겠지만 15%를 생각하면 더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에 FTA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FTA를 맺은 데 따라 일본이나 EU에 비해 얻어 왔던 이익을 놓치게 됐다. 현대차·기아가 관세에 따른 불이익을 안고 가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추후 한국 정부가 협상을 지속하면서 FTA의 이점을 조금이라도 살려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