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대량 생산 기준 충족 유일"

김정영 한미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분기 잠정실적 리뷰 설명회에서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객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분기 연결기준 한미반도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확대된 1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5.7% 증가한 863억 원으로 나타났다.
TC 본더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8%를 차지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북미 반도체 기업과 대만 ASE 등에 TC 본더를 납품하고 있다. TC 본더는 여러 개의 D램을 쌓는 과정에서 칩과 칩, 칩과 기판을 견고하게 접착하는 데 활용된다. 특히 HBM 생산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TC 본더 시장 점유율 선두주자다.
김 부사장은 “모든 장비 가격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약 30~40% 높아서 해외 판매 비중 증가는 향후 마진 확대에 상당히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TC 본더 생산량은 월 35대 수준인데 내년 45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HBM인 HBM4용 TC 본더 시장 선점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요구에 따라 HBM4용 ‘TC 본더 4’와 ‘플럭스리스 TC 본더’를 공급할 계획이다. TC 본더 4는 이달 생산을 시작했고, 플럭스리스 TC 본더는 최근 고객사 주문을 받아 하반기부터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저희는 (HBM4에서) 대량 생산을 위한 기준을 충족한 유일한 업체”라며 “내년 특정 해외 고객사의 HBM4 생산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반도체는 TC 본더 매출 확대에 힘입어 올해 최소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 연결 부위인 범프 없이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이다. 범프가 없어서 불필요한 두께를 줄일 수 있어 고단 적층을 할 수 있고, 전기적 신호 손실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세대 HBM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10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4415평, 지상 2층 규모로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이번 투자로 한미반도체는 총 2만7083평 규모의 생산 라인을 완비하게 된다. 2027년 말부터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변수는 시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년간 밀월 관계에 있었던 SK하이닉스가 올해 공급 부족,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고객사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싱가포르 ASMPT와 협력을 논의했으며, 한화세미텍에는 상반기에만 세 차례에 걸쳐 전체 805억 원 규모의 TC 본더 발주를 맡겼다. 같은 기간 한미반도체가 428억 원 규모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뒤처진 셈이다. 여기에 LG전자가 새로운 후발주자로 등장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계획을 공식화하고,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김 부사장은 “TC 본더 글로벌 1위 생산자로서 모든 HBM 메이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본더까지 기술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