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시한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중소 ·중견기업들의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현지 투자와 생산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관세 쇼크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은 하반기 및 내년 경영 방향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일본과 유럽연합이 합의한 15%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세가 체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A 중소기업 임원은 지난주 미국에 출국해 현지 협력사(발주사)와 발주 관련 논의에 나섰지만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이 기업은 미국 발주사가 상호관세 부과 규모를 지켜보며 계약을 체결하려는 탓에 7월부터 발주가 중단된 상황이다. 해당 기업 임원은 "연간 (발주) 물량을 보증해주면 우리도 원자재 구매 단위를 연간으로 구매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현지 기업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일단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설비 등을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B 중소기업은 대기업 발주사들로부터 자재 원산지 증명과 함께 중국산 부품 비중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왔다. 특히 올해 미국으로의 설비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 대한 우려감이 컸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1151억 달러(약 165조4700억원)로 이중 미국은 187억4000만 달러로 최대 수출국이었다. 관세 폭탄의 리스크가 커지면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내 경쟁력도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15%관세 합의보다 높은 관세를 받을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A 기업 측은 "우리가 생각하는 건 10%지만, 15%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나마 선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 결과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다면 대만과 인도 등 다른 국가와의 경쟁력에서도 크게 밀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관세 포비아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은 내년 상반기 경영 전략은 수립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A 기업 관계자는 "협력사, 발주사들이 모두 다 움츠러든 상태다"라며 "전년도 대비 올해 매출은 약 10%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B기업 측은 "수출 여건이 어려워져 이제 내수에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정보력이나 리스크 방어력이 취약하고 개별 대응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미국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정책자금 4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관세정책 등에 따른 직·간접 피해기업과 첨단기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위기 극복 특례 보증'을 신설(4조2000억 원 규모)하고, 고환율·관세 등 글로벌 통상 리스크(위험)에 따른 경영 애로 지원(4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관세 정보나 대체 시장 발굴 요구가 높은 점을 고려해 7월 한달 간 미국 뉴욕과 LA,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활용, 해외 멘토단을 꾸려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