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지만 대주주 특혜 비판에 과세 검토
"기업들 주주환원 강화 의지 꺾을 것" 우려

정부가 감액배당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대주주 중심으로 비과세 특혜를 차단해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과 증시가 살아나는 시점에 투자심리를 꺾고 기업들의 주주환원 의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발의한 감액배당 과세 관련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차 의원안은 감액배당을 받은 주주에게도 세금을 매기는 게 골자다. 감액배당은 기업이 자본준비금이나 이익잉여금, 즉 자기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영업이익이 아닌 투자 원금을 돌려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현행 세법상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과세 대상이다.
정부에서도 감액배당 과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감액배당 과세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감액배당에 과세 논의 대상이 된 것은 특정 대주주에게 특혜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대주주들이 감액배당 제도를 이용해 세금을 피하면서도 고액 배당을 가져가는 편법을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감액배당을 한 상장사는 2022년 6곳(총 1598억 원)에서 올해 현재 40곳(총 8768억 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감액배당으로 총 6890억 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3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세금 없이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액배당에 과세가 도입되면 일반 투자자들도 비과세 혜택을 잃게 돼 증시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액배당은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배당 방식이기 때문에,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소액주주들 역시 예기치 않게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 특히 장기 보유 주주나 배당 성향이 강한 종목을 선호하는 투자자로선 투자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감액배당은 이익잉여금이 부족하거나 영업활동 이익이 일시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주주환원을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다. 이런 정책이 과세 전환을 이유로 급격히 위축되면, 배당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최근 주주환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기업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감액배당까지 과세한다면 국내 증시는 배당 매력에서도 해외 시장에 비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특히 금융주나 고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나 연기금, 퇴직연금 자금 등도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출범 후 국내 증시가 활기를 띠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을 담은 개정 상법 통과 후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곧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시점에, 감액배당에 대한 세금 부과를 거론하는 것이 아쉽다"라며 "진정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려는 선의를 가진 기업들의 의지가 약화하고고, 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분위기가 퇴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