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R 성공 사례 참고해야"⋯EU식 프레임 전략 강조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 실효성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넷플릭스·유튜브(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망 무임승차(망 이용대가 미지급)’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면서 국내 통신 인프라만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 주권 침해이자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대가 법제화’를 둘러싼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 무임승차가 지속된다면 ISP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곧 네트워크의 병목과,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망 이용대가는 콘텐츠 제공자(CP)들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지급하는 네트워크 이용 대가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CP는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 기업들에만 해당한다”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도 강제 조항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 행정부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회에 발의된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에 대해 “일부 한국 통신사업자는 콘텐츠제공사업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콘텐츠제공사업자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과점을 강화하고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어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 정부의 ‘프레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한 통상 대응을 넘어, 정책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수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승리 공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망 이용대가 의무화가 전 세계 보편 규범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GDPR은 EU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개인정보 보호 규정으로, EU 거주자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 강력한 보호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GDPR은 법 시행 당시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표준적 디지털 규범이 됐다.
신 교수는 “GDPR이 성공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적 원칙이며 도덕적 정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 간 지역 간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나 EU와의 협력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명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외 ‘여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는 '망 중립성'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다양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을 동원했다”며 “글로벌 CP의 '여론 프레이밍'에서 벗어나, 균형적인 담론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