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사 매출액의 '7.6%'에 달해
내년 텍사스 테일러팹서 'AI6' 칩 생산
하반기 2나노 안정화 및 고객사 확보 집중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22조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따냈다.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은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업계는 이번 대형 수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건재함을 입증하는 동시에, 장기간의 부진을 털어낼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계약금액 ‘22조7647억6416만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수주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공급계약 금액은 지난해 삼성전자 전사 매출액인 300조8709억 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액(111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20%에 달한다. DS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이다. 계약 기간은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총 8년 5개월간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으로 구체적인 계약명, 주요 계약 조건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AI6 칩 생산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다년간 1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SNS에 “삼성의 텍사스 신규 팹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1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삼성은 현재 AI4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적었다.

AI6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내년부터 가동되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첨단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될 계획이다.
그간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로 비메모리 사업 실적 악화로 삼성전자 DS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1조1000억 원)보다 감소한 1조 원 미만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전환점 삼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을 딛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2나노 칩 생산이 회복됐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계약은 삼성의 파운드리 매출을 연간 10%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 Z플립7’ 모델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내년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6 시리즈’를 위한 ‘엑시노스 2600’을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11일 미래 공학인재 양성을 위한 멘토링 행사 '한국공학한림원 영 페스티벌'에서 취재진과 만나 “엑시노스 2500에 이어 엑시노스 2600을 차근차근 잘 준비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5월 일본 닌텐도의 최신 콘솔 게임기 ‘스위치2’에 탑재되는 메인칩을 8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계약을 따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무엇보다 수율 안정화를 통한 2나노 공전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2나노 1세대 공정인 ‘SF2’의 신뢰성 평가를 완료했으며, 2분기부터 양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2나노 2세대 공정의 고객사 수주에도 집중해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미정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나노 2세대 최적화 공정은 고객사 설계를 지원할 기술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하고 있다”며 “고객사 수주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