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M&A 주도해 외형 늘리기 집중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를 둘러싼 콜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원칙’을 앞세운 창업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성과’를 명분으로 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대립각으로 전개돼 향후 이사회 재편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콜마홀딩스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콜마비앤에이치는 9월 26일까지 임시주총을 열어야 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은 2018년 9월 체결한 ‘3자 간 합의서’다. 합의서에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해 그룹을 운영하고,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윤상현 부회장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5월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 교체 시도에 윤동한 회장이 현 경영구조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현 경영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윤동한 회장과 윤상현 부회장의 경영철학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윤동한 회장은 창업 초부터 소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의 ‘우보천리(牛步千里)’를 내세웠다. 느리더라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지속 성장과 방향성을 중시하는 것이 윤 회장의 방식이다. 윤동한 회장은 경영진과 회의를 할 때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 대해 묻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윤 회장은 사업 초기 전기세를 제때 못 낼 만큼 어려웠던 상황에서 일부 고객사에서 세금 회피를 위한 ‘무자료 거래’와 뒷돈을 요구했으나 이를 전부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원칙을 어길 수 없다는 뜻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윤상현 부회장은 빠른 성장 중심 실적주의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은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몸집을 키웠다. 그는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스타일로, 콜마홀딩스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작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과다겸직 논란이 일기도 해 일부 계열사 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났다.
콜마홀딩스가 주장하는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 교체 명분 역시 경영지표 하락세다. 윤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계열사”라며 “상장사의 경영 판단은 혈연이 아닌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콜마비앤에이치는 “수익성 중심 체질개선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