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규제 본격화…하반기도 부진
할부금융·PLCC로 돌파구 모색

경기 침체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주요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할부금융 확대와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출시 등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출혈경쟁 탓에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개한 6개 카드사 중 5곳(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카드사별 상반기 순이익 증감률은 △신한카드 -35.0% △삼성카드 -7.5% △KB국민카드 -29.1% △하나카드 -5.5% △우리카드 -9.5% 등이다. 유일하게 현대카드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고금리 자금 조달이 장기화된 여파로 이자 부담이 누적된 데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까지 더해져 수익 악화에 영향을 줬다. 최근 시행된 카드론 규제는 설상가상이다.
카드사들은 자동차·주택·가전 등 할부금융 상품과 PLCC 출시 확대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우리)의 관련 자산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할부금융 총 자산은 9조6590억 원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12월 말(9조5590억 원)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1000억 원 늘었다. 자산 증가율도 0.87%에서 1.04%로 상승했다.
할부금융 시장은 2022년 4분기 총 자산이 사상 최고치(10조8543억 원)를 기록한 후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다소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본업인 신용판매가 부진하자 수익 다변화의 일환으로 최근 카드사들이 비중을 다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할부금융 손익은 1011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03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0억 원 줄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가 부진하고 카드론 규제도 강화돼서 카드사들이 할부금융에도 손을 뻗는 추세"라며 "(고객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할부 금리를 낮추다 보니 수익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PLCC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등의 핵심 파트너로 삼성카드·신한카드 등 경쟁사가 잇따라 진입하면서 현대카드 중심으로 구축됐던 PLCC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스타벅스는 기존 현대카드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삼성카드와 새 협약을 맺었고 현대카드의 주요 제휴처였던 배달의민족도 최근 신한카드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협상의 중심축이 브랜드로 옮겨가고 카드사들이 오히려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가는 처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