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AI 반도체부터 로봇, 의료 등 첨단 분야의 민간 기술력을 집결해 ‘정예 컨소시엄’을 꾸렸다. 정부의 ‘국가대표 AI’ 사업이 통신업계 내 기술 경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컨소시엄의 주축 파운데이션 모델은 SKT 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 엑스(A.X) 3.1’이 될 전망이다. A.X 3.1은 모델 전 단계를 직접 구축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됐다. 해당 모델은 340억 개(34B)의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A.X 3.1은 A.X 4.0보다 절반 이하 매개변수로 구성됐지만, 코딩ㆍ수학ㆍ한국어 등 분야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
SKT 컨소시엄은 반도체-모델-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독자 기술 기반의 풀스택 AI 구현을 지향한다. 컨소시엄엔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서울대, 카이스트가 참여했다. AI 반도체 부문은 리벨리온이 맡는다. 리벨리온은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특화 AI 기술을 보유했다. 엔비디아와는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CPC를 개발하기도 했다.
KT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믿음' 시리즈를 내세우고 있다. KT의 믿음 모델은 115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베이스(Base)’와, 23억 파라미터 규모의 ‘믿음 2.0 미니(Mini)’ 2종으로 모두 한국어와 영어를 지원한다. 믿음 2.0 베이스는 범용 서비스에 적합한 모델로 한국 특화 지식과 문서 기반의 질의응답에서 우수한 성능을 띈다. 믿:음 2.0 미니는 베이스 모델에서 증류한 지식을 학습한 소형 모델이다.
KT는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솔트룩스는 독자 LLM ‘루시아3’를 기반으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맡는다. 또한, KT 컨소시엄은 범용 로봇 모델 ‘CLIP-RT’를 개발한 투모로 로보틱스와 함께 ‘피지컬 AI’ 확장도 추진 중이다. 투모로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AI ‘CLIP-RT’은 사용자의 자연어 요청만으로도 로봇에게 동작을 훈련시킬 수 있다. 기업 외 경찰청과 고려대 의료원 등이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경찰청은 사건 기록과 영상 등 데이터를 정제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치안 체계 전환을 모색한다. 고려대 의료원은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임상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의료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 컨소시엄 기업으로 참가했다. LG AI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을 공개한 데 이어, 챗봇(챗엑사원), 맞춤형 AI 구축 서비스(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의료용 AI(엑사원 패스 2.0) 등 LG 그룹 내 '엑사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이 중 ‘AI 서비스’ 부문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익시오’는 △보이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등 기능을 온디바이스(On-device) 환경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LG AI 연구원은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모델을 중심으로 파운데이션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 모두 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AI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크다 보니, 이 역량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많은 거 같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여러 컨소시엄 기업들과도 사업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 기업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SKT와 KT, LG AI 연구원은 25일 과기정통부의 서면 평가를 통과했다. 이로써 남은 컨소시엄은 총 10개곳으로 추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