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간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가 하루 전 돌연 취소되면서 한미 통상 협상에 제동이 걸렸다. 관세 유예기한(8월 1일)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테이블에 어떤 카드를 올리며 협상의 물꼬를 틀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요국들의 다양한 협상 카드에 이목이 쏠린다.
26일 국제금융센터의 '트럼프 관세 현황 및 주요국 협상 진행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관세율을 각각 15%로 줄였다. 일본은 미국에 쌀 등 일부 농산물과 자동차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또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참여 등 5500억 달러의 투자에 합의하면서 기존보다 10%p(포인트)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협상이 타결된 이달 22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방금 일본과 대규모 합의를 완료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협의 중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달 초만 해도 합의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달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20%에서 30%까지 상향하면서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의 1위 수출대상국(비중 20%)이며 EU도 미국에 있어 1위 수출 대상국(비중 19%)이다. 미국의 대(對)EU의 무역적자는 2370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며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20% 차지한다.
트럼프의 30% 관세 발표 이후에도 EU는 협상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결렬에 대비해 보잉 항공기 등 720억 유로 규모의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도 준비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는 상호관세는 기본 관세 10%로 낮추는 대신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미국은 품목별 관세와 별개로 국가별 관세를 15~20% 적용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협상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며 다음 달 1일부터 35%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펜타닐 통제 미흡과 관세·비관세 장벽을 관세 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다. 캐나다 정부는 펜타닐 차단 및 미국과의 원만한 협상에 나서면서도 자국 산업은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캐나다는 전체 수출의 76%가 대미 수출이며 수입의 62%가 미국산인 만큼 대미 교역의존도가 매우 높다. 다만 전체 수출의 약 40%는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준수 품목으로 무관세를 적용하며 주력 수출 상품인 에너지도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부품 관세 철폐에 주력하고 있으며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산 철강의 수입 쿼터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와의 협상 전략 공유와 공동 대응 의지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도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통제 미흡과 관세·비관세 장벽을 근거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다음 달 1일부터 3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강경 대응보다는 미국과의 합의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이며 8월 1일 전까지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허브로 대미 무역흑자가 1812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15%를 차지한다. 다만 멕시코 대미 수출의 약 50%가 USMCA 품목으로 새로 인상된 관세 하에서도 여전히 비관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