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ㆍ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요직 거쳐
G마켓-알리바바 합작법인 설립 속도전
"지속성 위해 체질 개선ㆍ해외시장 확대"

정형권 G마켓 대표이사가 취임 1년여를 맞아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대표의 머릿속은 G마켓의 '국내 이커머스 1위 탈환'을 목표로 수익성과 내부 쇄신 방책을 비롯해 중국 알리바바그룹(알리익스프레스)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액션플랜 등으로 가득 차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73년 생인 정형권 G마켓 대표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한 후 골드만 삭스(2001년, 홍콩), 크레딧 스위스(2005년, 뉴욕ㆍ홍콩)에서 근무한 재무전문가다. 그에게 붙여진 또다른 별칭은 '국내 대표 이커머스ㆍ핀테크 전문가'라는 타이틀이다. 정 대표는 2015년 쿠팡에서 재무기획ㆍ분석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국내에서 알리바바와 알리페이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 경영진으로 전격 합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직후 실적 부진에 빠진 온라인부문 수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경쟁사 임원이었던 정 대표를 영입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물류 인프라로 무장한 국내 일부 이커머스와 C커머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토종 이커머스 1세대로 꼽히는 'G마켓'은 적자 전환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이에 정 대표는 기업 군살 빼기와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9월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은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정 대표는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 중"이라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 확보를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이끄는 G마켓은 인공지능(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에 따른 고객 경험 극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실제 정 대표 체제 이후 G마켓 내 AI가 개인 관심사와 구매이력을 바탕으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클릭 및 상품 노출 수가 이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류 응(Andrew Ng)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를 만난 정 대표는 “그간 신세계그룹이 축적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AI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정된 내수 대신 글로벌시장으로의 도전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작년 말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대규모 상품 소싱과 가격경쟁력을 결합한 신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주사(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G마켓 지분을 100% 현물 출자하고 알리바바는 G마켓 기업가치와 동등한 수준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을 출자하는 식이다.
정 대표는 G마켓의 상품 신뢰도와 서비스 체계, 가격 경쟁력 있는 알리바바 상품을 십분 활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협업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글로벌 200여 개국에 걸친 알리바바 플랫폼을 발판으로 G마켓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향후 그의 과제는 국적이 다른 두 기업 간 결합을 어떻게 제대로 이끌어낼 지 하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외국인투자기업 지위를 포기하고 한국 기업으로 전환하며 신세계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예고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몸 담은 바 있는 정 대표는 "양사 간 협업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알리바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커머스 기업인 만큼 합작법인을 통해 여러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