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홍보 부족⋯지급률도 낮아

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일상 피해가 속출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안전보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비해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운용하는 공공보험이지만 지역마다 보장 내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가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시민안전보험은 재난이나 사고로 피해를 당한 시민의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해 마련한 제도다. 단위에 따라 ‘도민안전보험’ ‘군민안전보험’ 등으로도 불린다. 지자체에 주민등록만 돼 있으면 해당 지역 거주민들은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피보험자가 된다.
문제는 보장범위와 금액이 지자체 재량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올해 3월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최근 집중호우처럼 동일한 재난 상황에서도 보장 수준은 제각각이다. 일례로 자연재해 사망 시 전북 무주군은 5000만 원, 경남 산청군은 3000만 원을 지급하지만 서울시 관악구·경기 포천시·경기 동두천시·경남 통영시·전남 남해군 등은 5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시민안전보험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보장 항목과 금액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래 한국사회 보험의 역할’ 보고서에서 “시민안전보험의 기본 담보위험과 보장수준을 표준화해 제도를 기초재난보장 제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전국 단위의 최소 담보항목과 표준 보장금액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별 제도 운용 편차와 부작용도 풀어야할 과제다. 일부 지자체는 보장 범위를 확대하면서 보험금 지급률이 200%를 웃도는 반면 홍보가 부족해 실질 수혜자가 거의 없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지난해 수원시는 16억 원의 예산으로 시민안전보험을 운영해 3143건, 약 17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 163%의 지급률을 기록했다. 수원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2024년부터 보장 범위를 전국 단위로 넓혔다”며 “기존에는 시가 소유·관리하는 시설에서의 부상만 보장했지만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수원 시민이면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혜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이 입찰을 꺼리며 수원시의 올해 신규 사업자 선정은 두 차례 유찰됐다. 결국 시는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계약 기간도 12개월에서 7개월로 줄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보장 범위를 넓히다 보니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었고 그 영향으로 입찰 참여 보험사도 제한됐다”며 “현재는 문제없이 가입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도 운영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보험금 지급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도 많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33개 지자체 가운데 17개 지자체의 보험금 지급건수가 5건 이하였고 지난해 대전 동구와 충북 증평군, 경북 울릉군의 지급 실적은 전무했다.
박 의원은 "시민안전보험은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저조한 지급률을 개선하기 위해 보장 항목을 늘리고 행안부 차원에서도 권고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