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부산 분관, 왜 ‘테스트’ 운영 없이 직행하나?

입력 2025-07-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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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식 일방통행에 시만단체 반발 잇따라

▲퐁피두 센터 전경 (출처=퐁피두 인스타그램 캡처 )
▲퐁피두 센터 전경 (출처=퐁피두 인스타그램 캡처 )

퐁피두 미술관 서울 분관, 즉 퐁피두센터 한화서울이 여의도 63빌딩에서 2025년 10월에 개관 예정인 가운데, 부산에서는 퐁피두 센터 분관을 부산 이기대에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이에 대한 찬반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퐁피두 분관을 유치하기 전 ‘테스트 전람회’를 통해 지역 문화 수요와 지속 가능성을 신중히 확인해온 것과 달리, 부산은 이 같은 전략적 검증 절차 없이 곧바로 분관 설립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국내외 문화계 안팎에서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전람회로 시작"… 글로벌 모델은 '전시→분관'

22일 문화계에 따르면 퐁피두센터는 프랑스 파리를 본점으로, 세계 주요 도시들과 꾸준한 문화 교류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분관 설립에 앞서 다양한 기획 전시(Exposition)를 통해 현지 문화 수요와 관심도를 측정한 후 분관화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2027년 분관 개관을 예정하고 있는 미국 뉴저지는 뉴욕메크로폴리탄 배후 인구 930만 명의 문화거점이자 고소득층 밀집 지역으로, 입지 조건 평가를 거쳐 장기 프로젝트로 결정됐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인구 400여만 명의 중대형 도시임에도 당장은 전시회 형식(Exposition) 으로 퐁피두 콘텐츠를 유치하기로 협의하고 있다.

퐁피두 본부 또한 "전시 반응에 따라 향후 장기적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인구 2489만 명의 슈퍼 회랑도시 중국 상하이의 퐁피두 분관도 수년간 기획전과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이어온 뒤 도시 인구와 경제력, 문화 교류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분관 설치가 확정됐다.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분관 역시 유사 절차를 거쳐 개관됐다.

서울은 "테스트부터"… 부산은 "문화 인프라 확충 전략적 판단"

국내에서는 서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2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화갤러리아 주관으로 열린 ‘퐁피두 컬렉션 특별전’은 파리 본점의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였고, 여기에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에 비해 부산시는 사전 테스트 없이 곧바로 퐁피두 분관 설립에 나서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퐁피두 분관은 부산 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회적 투자(SOC) 성격도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화계·시민사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프랑스 문화 브랜드를 키우는 격”이라는 비판과 함께, 장기 관람 수요나 재정 자립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답정너 식 절차 생략은 무책임"… 시민 여론추이에 따른 재검토 목소리 확산

부산의 현재 인구는 약 326만 명 수준이다. 국내 관광객 유입과 도시 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퐁피두 분관이 갖는 상징성은 일정 부분 인정되지만, 분관 개관 이후 지속 가능한 관람 수요 유도와 유지비용 문제는 또 다른 현실적 과제다.

타 도시들은 이를 방지하고자 '전시→수요 분석→분관'이라는 단계적 절차를 일관되게 따라온 경우가 많다.

부산 지역 문화단체 관계자는 "일시 전시회를 먼저 유치해 관람객 수요와 도시 문화향유 역량을 진단한 뒤, 시민적 공론을 거쳐야 성공적인 분관 운영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역 예술대학 교수는 "힘을 정의로 여기면 위험하다.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아 그 불이 걸리는 격이다. 전략적 판단이라는 '답정러'식 힘의 논리가 아닌 순리에 맞는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퐁피두 분관 유치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있어 의미 있는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한 설계와 시민 중심의 운영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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