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역 유일 동물원이던 '삼정더파크'의 매매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법원이 동물원 운영사 측이 제기한 500억 원대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8일 KB부동산신탁이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환송했다. 이로써 부산시가 삼정기업에 동물원을 최대 500억 원에 매입하기로 한 2012년 협약의 유효성을 재검토할 기회가 생겼다.
핵심 쟁점은 '협약은 존재했으나, 매매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는 부산시 측 논리를 뒤흔든 또 다른 판결에서 비롯됐다. 바로 하루 전인 17일, 대법원 민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삼정더파크 부지의 일부 지분권자인 A 씨가 제기한 공유물분할 소송에서 원심을 확정하며 삼정더파크 부지의 ‘사권’이 신탁사 측으로 완전히 이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시는 그간 "협약은 존재하지만, 민간 사권이 남아 있어 매입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물원 인수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해당 판결로 토지 소유권 문제가 해소되며, 삼정기업 측이 주장해 온 매매 청구의 정당성에 설득력이 실리게 됐다.
이번 판결은 공공과 민간의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도 주목된다.
부산시와 삼정기업은 2012년, 동물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향후 삼정기업이 요청할 경우, 시가 동물원을 최대 500억 원에 매입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삼정더파크는 2014년 개장했지만, 운영난에 시달리며 6년간 적자를 감내했다. 2020년 삼정 측이 매수를 요청했을 때, 부산시는 ‘사권’을 이유로 거부했고, 결국 삼정은 같은 해 6월 민사소송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행정 편의가 사권 해석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공공 매입 의무가 아닌 매입 확약은 법적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지방정부의 자의적 해석도 함께 도마에 오른 셈이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변호사는 "최종 판단은 환송심에서 내려지겠지만, 이번 판결은 공공의 약속과 그 이행 책임에 대한 사법부의 기준을 다시 짚어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