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역에 대피령… 나흘간 759㎜ 퍼부은 시천면, 또다시 재난 한복판
올해 대형 산불로 깊은 상처를 입었던 경남 산청이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우에 무릎을 꿇었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당국은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사망자와 실종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19일 경남도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경남 16개 시·군에 내려졌던 호우경보는 모두 호우주의보로 변경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누적 강수량에 비례해 가중되고 있다.
하동·의령 등지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주민 대피가 이뤄졌으며, 산청 남강·진주 영천강 등 12개 지점에는 홍수특보가 발령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산청, 의령, 진주, 창녕에는 산사태 경보가, 함안, 고성, 함양, 양산, 밀양, 합천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지난 3월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산청군 시천면에는 나흘간 759.0㎜의 폭우가 집중되면서 재해에 재해가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같은 기간 산청 지역 평균 강수량은 632.0㎜에 달했다. 이는 도내 평균치(266.5㎜)의 두 배를 넘는다.
극한의 폭우에 산청군은 모든 군민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오후 3시30분경 산청읍 내리마을에서는 산사태로 매몰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시각 산청읍 부리마을에서는 주택에 머물던 20대 여성과 70대 부부 등 3명이 실종됐다. 이들 역시 폭우로 인해 무너져 내린 토사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도로와 교통 인프라도 직격탄을 맞았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IC~단성IC 구간 비탈면이 유실됐고, 국도 59호선과 3호선 일부 구간도 도로 유실과 산사태로 전면 통제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시 산청 일원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 구조 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피해는 산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합천군도 군 전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합천군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하천 범람과 주택 침수가 우려된다며 긴급 대피 명령을 발령했다.
경남도는 이날 낮 12시10분부터 비상 3단계에 돌입, 도로와 세월교 등 도내 310개소에 대한 전면 통제에 나섰다. 도내에서 확인된 도로 유실, 주택 침수 등 피해는 이날 오후 기준 267건에 달한다.
산청과 경남 일대는 7월 중순 이후로도 비 예보가 계속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