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평균 거래 가격도 석 달 연속 상승
현대차그룹, 하반기 프로모션 진행
“미국 시장 점유율 높일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수입차 관세 전쟁’이 석 달 넘게 이어지며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여파로 차량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하반기에도 신차 투입과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현지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20일 미국 시장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월 미국 완성차 시장의 제조사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5만1124달러(약 7047만 원)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MSRP는 관세 부과 정책이 시행된 4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상승해왔다. 신차 평균 거래가격(ATP)도 4만8907달러(약 6700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며 올해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지난달 미국 시장 내 차량 가격 상승은 관세 정책 장기화로 기업들이 차량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도요타는 현지에서 차량 가격을 약 270달러 올렸고, BMW도 이달 1일부터 1.9% 높였다. 페라리는 최대 10%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장기화로 기업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MSRP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면서 점유율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ATP는 3만749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GM이 같은 기간 7.4%, 도요타가 1.6% ATP를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정공법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전사 차원에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신차 투입과 대규모 할인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 시장 내 2세대 완전 변경 모델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에서는 다양한 트림을 갖춘 K4 해치백을 내놓는다.
주요 모델을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도 9월 2일까지 진행한다. 현대차 미국 법인이 제시한 할인 대상은 총 19종이다. 현금 구매 시 싼타페 3500달러, 팰리세이드 2750달러, 전기차인 아이오닉5·6·9과 코나 일렉트릭은 7500달러씩 할인된다. 싼타페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 등 3개 차종에는 무이자 60개월 할부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여파로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보다도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 강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신차 투입과 프로모션으로 판매량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