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양국은 오랜 시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왔고, 때로는 갈등을, 때로는 협력을 반복하며 관계를 이어왔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이 시점에서, 양국은 과거의 기억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대학 교육의 공적 역할은 단지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사를 기억하고 타자의 경험에 응답하며, 시민의식과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신한대학교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1000명의 신입생과 함께 일본 쓰시마(대마도)를 방문하는 ‘평화비전기행’을 기획했다. 조선통신사의 항로였던 그곳에서 학생들은 직접 기획한 역사 탐방, 해양 정화 활동, 문화 교류를 통해 국경을 넘어선 시민교육을 실천했다.
이 기행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기억 위에 짓는 평화의 실천’이었다. 학생들은 일본의 또래들과 함께 자연 생태를 돌보고, 역사 현장을 함께 둘러보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었다. 현장에서 발표된 ‘평화 비전 선언문’은 학생 스스로가 평화의 주체임을 밝히는 의미 있는 다짐이었다. 이번 활동은 하나의 대학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았다. 마이니치, 아사히, 요미우리,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고, 쓰시마 지역의 야마모토 게이스케 참의원은 “한국 청년들이 보여준 교류가 미래 평화의 열쇠”라고 격려했다.
우리는 지금, 한일 해저터널이라는 물리적 연결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술은 양국을 30분 안에 이을 수 있겠지만, 진정한 연결은 시민 간 신뢰와 이해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그 준비는 교육의 몫이다. 교실 안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갈등과 타인의 고통에 몸으로 응답할 수 있는 실천적 시민교육이 절실하다. 이번 대마도 평화비전기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소중한 시작이었다. 학생과 학생이 마주하고, 기억과 책임의 무게를 자각하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교육의 새로운 길을 보았다.
미래세대는 반드시 묻는다. “평화는 누가 만드는가?” 그 물음에 응답할 사람은 지금, 이 순간 교육을 통해 자라고 있는 청년들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우리는 이미 함께 내디뎠다.
‘평화비전기행’ 같은 여정을 통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과거의 기억을 딛고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이번 기행이 화합과 상생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교육이 평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천이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가,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청년 간 신뢰 구축과 지속 가능한 평화 협력의 시민적 기반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