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나들목(IC)을 지나 춘천의 명물 구봉산으로 향하는 길목, 네모반듯한 밝은색 건물에 푸른색의 휴젤 심벌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역경제의 거점인 거두농공단지에서도 중앙 도로변을 낀 핵심 입지다.
이곳에 자리 잡은 휴젤 거두공장은 회사의 대표 품목인 보툴리눔 톡신의 생산 거점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3대 빅마켓’을 포함해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한 휴젤의 ‘보툴렉스’가 여기서 뻗어 나간다.
거두공장은 2016년 가동을 시작해 2017년 글로벌 공급을 본격화했다. 제품 수요가 커지자 휴젤은 부지 내 증설에 들어가 연면적 약 1만5771㎡(4800평), 총 7층 규모의 B동을 2022년 준공했다.
B동은 동결건조 제품 기준 한 해 80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문을 닫은 춘천 신북공장의 10배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A동은 50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어 휴젤은 총 1300만 바이알의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4월 상업생산을 시작한 B동은 처음으로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B동 1층에서 반갑게 맞이한 설희수 휴젤 이사(생산실장)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보툴리눔 톡신이 담기는 유리병(바이알)을 세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바이알 세척부터 원액 충전까지 당일 완료하고, 충전된 바이알을 동결건조기에 투입한다.
동결건조실에는 2대의 거대한 동결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기 내부는 영하 40~50도로, 각각 한 번에 4만 바이알을 처리할 수 있다. 동결건조는 약 16시간이 걸리기에 뚜껑(캡)을 씌우는 실링 작업은 다음 날 아침에 이뤄진다.
휴젤은 B동을 통해 동결건조에서 감압건조로 공정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감압건조를 위한 최적화를 완료했으며, 202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감압건조는 진공상태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감압건조를 도입하면 동결건조 대비 소요 시간이 4분의 1로 줄어들어 전체 생산 일정도 1.5일에서 1일로 단축된다.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한 단백질 제형인 보툴리눔 톡신의 효능 저하를 막을 수 있어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 엘러간도 감압건조 방식을 사용한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세한 공정 차이에도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의약품이다. 균주 관리, 배양 조건 유지, 고순도 정제, 동결건조 및 포장 등 모든 과정에서 무균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 둘러본 공장에서는 바이알을 300도로 고온 멸균하며, 모든 장비는 사용 후 100도 이상의 물로 세척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차단된 공간 안에서 물질을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는 밀폐형 글로브박스(glove box) 환경에서 작업한다.

거두공장은 전 공정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글로벌 우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제조 과정 전 단계에 다양한 시험 항목을 적용해 모든 공정이 일정한 품질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시험 결과는 태블릿에 실시간 기록해 신뢰도를 확보하며, 안정성 시험과 유효기간 검증은 정기적으로 외부에 의뢰하고 있다.
설 이사는 “제품의 품질은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라면서 “나라마다 시험항목이 다르다. 모든 시험 항목을 통과한 제품만이 글로벌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공장의 요소를 곳곳에 도입하면서 B동은 A동 인력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지금은 격일 가동 중으로 향후 수요 증가에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
지난해 휴젤의 매출액은 3730억 원, 영업이익은 1663억 원으로 또 한 번 최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률은 44.6%에 달한다. 중국 허가를 받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외형은 해마다 15.3%씩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와 수출 매출 비중은 각각 35%, 65%를 차지한다.

올해는 미국 진출 원년인 만큼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다. 이미 생산 부문은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하는 제조 및 품질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와 대응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침투 전략이 관건이다.
휴젤은 파트너사 베네브와 함께 주요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의료진 대상 학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릴 방침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도 병행해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2010년 보툴리눔 톡신 12만 바이알로 생산을 시작한 휴젤은 올해 640만 바이알을 생산할 전망이다. 이런 성장은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 춘천이 본사인만큼 600여 명의 임직원 중 강원 소재 학교 졸업자는 47.74%, 강원 거주자는 70%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