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 원격수업의 장기화와 사회적 고립, 부모의 돌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동·청소년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경제적·정서적 압박이 심화되며, 아이들이 방치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각종 안전사고에도 노출되고 있다.
부산권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 따르면,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어린이가 지난 4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는 2024년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의원을 찾은 18세 미만 환자는 27만62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13만3235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 연령대인 7~12세 남아의 진료 환자는 2020년 3만3800명에서 2024년 7만6159명으로 2.3배, 여아는 1만2260명에서 2만9165명으로 2.4배 증가했다.
"돌봄 공백, 입시 압박, 비만까지"… 겹겹이 쌓인 위기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사회적 고립과 부모의 정서적·경제적 스트레스, 입시 중심 문화 등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맞벌이·결손 가정 아동은 돌봄 공백 속에 방치되기 쉬운 환경에 놓이면서 각종 안전사고와 심리 문제에 이중으로 노출돼 있다.
또한 우울증과 관련된 신체 건강 요인도 악화됐다.
소아비만 유병률은 2018년 3.4%에서 2023년 14.3%로 급증하며, 신체 이미지 왜곡과 사회적 고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동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신체적 통증이나 감정 기복으로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다.
김상엽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장(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복통이나 두통, 짜증, 공격성 등은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 있어 조기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는 PHQ-9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흥미 저하, 수면 변화, 무기력, 친구 관계 단절, 학습 거부' 등 9가지 항목 중 5점 이상이면 전문가 상담이 권장된다.
"정서적 지지부터 시작해야"… 약물치료 병행도 고려
전문가들은 예방을 위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학업과 정서적 부담을 분리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수진 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아동 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과 가정·사회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주변인의 세심한 관찰과 대화, 안전한 관계 맺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약물과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항우울제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회복시키며, 일반적으로 2~3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아동 정신건강 위기는 더 이상 '성장통'으로 간주할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조기 진단 체계 확립, 그리고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공공 책임 강화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