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SK온 북미 LFP 시장 공략 박차
포스코퓨처엠·LG엔솔은 LFP 대안 LMR 개발 주력

중국이 장악한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중국이 주력하는 리튬인산철(LFP)뿐만 아니라 LFP의 대안으로 꼽히는 망간리치(LMR)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 회복을 꾀하고 있다.
13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39.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반면 중국 CATL는 점유율 29.8%로 1위를 지켰다. BYD(7.2%), 파라시스(2.3%), 고션(2.1%), CALB (1.9%) 등 10위권 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43.3%로 국내 3사를 넘어선다.
중저가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우위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는 최근 LFP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인 ‘엘앤에프엘에프피’(가칭)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은 총 3365억 원을 투입해 연 6만t(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물량은 SK온과의 계약을 통해 북미 시장에 공급된다. SK온은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를 내세워 미국 내 LFP 배터리 수요에 선제 대응하고, 고속 성장세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수명과 안전성이 중요한 ESS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가 주력으로 사용된다.
에코프로비엠은 LFP 외에도 LMR과 미드니켈 등 중저가 양극재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LMR은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대신 망간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는 LFP보다 약 33% 향상시키면서도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LMR은 중국산 LFP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은 연내 LMR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한 각형 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S&P 글로벌은 “LMR 배터리는 우수한 에너지 밀도와 낮은 원가를 바탕으로 LFP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며 “GM 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의 대안으로 LMR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배터리 기술 경쟁의 주요 전장은 북미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LFP 배터리 전용 공장을 거의 완공하고 독자적인 북미 내 생산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간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급받던 구조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요건에 부합하는 공급망을 갖추려는 포석이다.
포드는 중국 CATL로부터 LFP 기술을 라이선스받아 내년부터 연간 약 20기가와트시(GWh)의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 미 의회를 최종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에서 중국 등 해외우려국에 로열티 등 고정지급액 5% 이상을 지급할 경우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한다는 조항이 삭제되면서 CATL 기술 기반 배터리에도 보조금이 적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이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산 기술에 미국 보조금이 지원되면 IRA의 ‘탈중국’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LFP를 앞세워 글로벌 중저가 배터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LMR 같은 대체 기술과 북미 현지 생산 전략으로 점유율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