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접히는 스마트폰이라니. 마치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듯한 신기함과 함께 과연 이게 실용적인 제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공존했다. 그 질문은 이후 7년의 여정 동안 삼성에 부단한 도전이자 기회가 됐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현장에서 직접 본 갤럭시 Z폴드7과 Z플립7은 시제품이 던졌던 물음에 삼성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답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압축 파일 같았다.
이번 7세대 폴더블폰은 단순한 진화를 넘어 ‘정점’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더 얇고 가벼워졌으며, 접는 메커니즘의 기술적 완성도 역시 전작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를 얹은 갤럭시 S24를 선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하드웨어는 우리가 가장 잘 만든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폴더블폰이라는 신시장을 열고 스스로 기준을 끌어올린 삼성의 전략이다.
외신 반응도 호의적이다. 더 버지는 “삼성이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폴더블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안드로이드 센트럴도 “힌지와 화면 모두에서 큰 도약을 이뤘다”며 “진화가 아닌 혁신에 가까운 한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
특히 이번 7세대 제품은 삼성의 ‘전사적 복원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읽힌다. 갤럭시 Z플립7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생산했다. 이 칩을 플래그십 제품에 직접 탑재했다는 건, 내부적으로 그만큼 기술적 자신감이 회복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뉴욕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MX사업부 고위 임원은 “요즘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저희끼리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라고 부른다”며 기술진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이는 조직 내부 기류 변화를 상징한다.
이번 7세대 폴더블폰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나 출하량에서만 판단할 수 없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역량, 사업부 및 계열사 간 연동, 그리고 전사 ‘부활의 신호탄’이다. 지난 몇 년간 기술 격변 속에서 휘청였던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통합된 힘으로 미래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음을 뉴욕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건 모바일과 반도체라는 삼성의 양대 축이 동시에 힘을 되찾고 있다는 점이다. 엑시노스가 돌아온 시스템 반도체 부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침체에 빠져 있던 메모리 반도체 역시 AI 서버 수요 확산 등으로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다.
7세대 폴더블폰은 단순한 제품의 진화가 아니다. 하드웨어 기술 리더십 회복, 시스템 반도체 재도약, 메모리 정상 탈환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전체를 아우르는 ‘회복의 서사’가 이 안에 응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