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는 익충이기라도 하지…” 해충 미국흰불나방 출몰 경보

입력 2025-07-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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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산림청)
(사진제공=산림청)

6~7월 수도권을 휘젓던 ‘러브버그’가 자취를 감추자 진짜 ‘벌레’가 등장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미국흰불나방’. 러브버그는 보기만 거슬릴 뿐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익충이라지만 이 나방은 다릅니다.

러브버그는 양반이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0일 미국흰불나방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죠.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유입된 외래종입니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해충은 이름처럼 몸과 날개가 하얗죠. 얼핏 보면 보통의 나방 같지만 애벌레 시절엔 도심 가로수와 활엽수 200여 종의 잎을 무차별적으로 갉아먹는 ‘녹색 포식자’입니다. 특히 감나무, 벚나무, 버즘나무 등 도심 조경수에 큰 피해를 주는데요.

문제는 한 번에 알을 수백 수천 개씩 낳는 번식력입니다. 암컷 한 마리가 잎 뒷면에 600~1000개의 알을 낳고 유충들은 실을 뿜어 잎을 감싼 채 집단으로 등장하죠. 이후 분산하면서 나무 한 그루를 순식간에 ‘민둥 가지’로 만들어버리는데요. 실제로 유충이 지나간 나무는 잎맥만 남을 정도로 앙상해집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가 키운 ‘2세대 습격’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 32개 지역의 활엽수 1600그루를 조사한 결과 미국흰불나방의 1세대 유충 피해율은 15.8%로 나타났는데요. 문제는 이것이 시작이라는 겁니다. 1세대가 낳은 2세대 유충은 7월 중순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데 예측 피해율은 무려 26.9%. 이는 2000년대(8.9%)나 2010년대(6.7%)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죠.

기후변화는 미국흰불나방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봄과 가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활동 기간이 길어졌고 3세대 발생 가능성도 현실로 다가오죠. 산림청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조기 예찰과 방제를 강조했습니다.

(뉴시스)
(뉴시스)

눈에 띄면 피하라…사람에게도 피해

미국흰불나방은 나무만 괴롭히는 게 아닙니다. 유충의 몸에는 독성이 있는 털이 촘촘히 나 있어 사람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피부염, 각막염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민감한 사람은 가려움증, 부어오름, 두드러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므로 절대 손으로 만져선 안 됩니다.

실제로 산책 중 무심코 나뭇가지에 붙은 애벌레를 건드렸다가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요. 보기에도 징그러운 데다 만지면 해롭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해충이 아닐 수 없죠.

(사진제공=광주환경공단)
(사진제공=광주환경공단)

자연 방제엔 한계…적극적 대처 필요

물론 미국흰불나방에도 천적은 있습니다. 고치벌, 알벌, 기생파리 등 일부 곤충이 알이나 유충에 기생하며 개체 수를 줄이죠. 그러나 번식 속도가 워낙 빠르고 군집성이 강해 자연 천적만으로는 방제가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살충제와 물리적 제거를 병행한 방제 작업이 필요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유충이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방제해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하죠.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가로수 둥치에 짚이나 가마니를 둘러 유충이 몰리는 '잠복소'를 설치한 뒤 제거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러브버그는 그래도…생태계 ‘착한 일꾼’

최근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의 대상이 된 러브버그는 보기에는 불쾌감을 줄 수 있어도 실은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익충인데요. 유충 시절에는 낙엽과 썩은 식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수천 마리씩 몰려들긴 해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해충은 아니라는 의미죠.

하지만 미국흰불나방은 다릅니다. 생태계 교란, 도시 경관 훼손, 작물 피해, 인체 알레르기까지… 그야말로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전방위 해충’의 등장에 머리가 아파지는데요.

“러브버그는 익충이라기도 하지.” 기온이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외래 해충들. 여름철 벌레와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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