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왕자와 시녀의 사랑을 간직한 숲

입력 2025-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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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7월의 한복판, 포르투갈의 햇빛 또한 한국처럼 따갑긴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늘진 숲길이나 아름드리 나무 밑 벤치엔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코임브라엔 도심 곳곳에 잘 조성된 숲들이 많다. 그중 역사적 사연을 간직한 숲이 있다. 코임브라 시가지에서 몬데구 강을 건너 산타클라라 지역에 가면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라는 숲을 만나게 된다. 번역하자면 ‘눈물의 정원’이다.

이 숲은 페드로 왕자와 왕자비의 시녀 이네스가 나눈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1340년 콘스탄사 마누엘과 정략결혼한 페드로 왕자는 그녀보다 시녀로 함께 온 이네스 드 카스트로에게 반하고 만다.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왕자는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에서 이네스와 금단의 사랑을 이어간다. 이후 콘스탄사가 출산 합병증으로 사망하자 페드로는 이네스와 동거를 했고 이를 용납 못한 국왕 아폰소 4세는 3명의 부하들을 시켜 이네스를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에서 암살한다.

슬픔에 잠긴 페드로는 아버지인 왕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고 결국 실패로 끝났으나 1년 후 국왕이 사망하자 왕위를 이어받았다. 포르투갈의 왕이 된 페드로는 이네스를 암살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격해 살해하고 심장을 도려내 복수했다.

페드로와 이네스의 사랑을 지켜봤을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에는 아직도 ‘사랑의 샘’이 흐르고 있는데 입구에 고풍스러운 아치형 문이 인상적이다.<사진> 십자가 형상의 ‘눈물의 샘’은 이네스가 살해당했을 때 흘린 눈물에서 물이 나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 그녀의 피는 바위에 붉은 이끼 얼룩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 흔적은 오늘날까지 그대로다.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를 지금의 모습으로 설계한 미구엘 카스트로는 코임브라 대학교 식물원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세계의 다양한 수목을 이곳에 심어 하나의 식물 박물관을 조성했다.

한때 왕실의 사냥터였던 삼림 지대와 궁전 옆 조경 공간으로 이루어진 이 숲엔 웅장한 세쿼이아, 올라야, 중국 야자, 히말라야 삼나무, 호주산 무화과나무, 그리고 남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거대한 포도카르푸스 나무까지 다양하다. 포도카르푸스 나무는 포르투갈에 단 한 그루만 존재한다.

특히 ‘연인의 반얀트리’라고 하는 150년 수령의 거대한 무화과나무는 19세기 포르투갈의 한 귀족 나무 수집가가 호주의 시드니식물원과의 씨앗 교환을 통해 이곳에 심었으며 크고 아름다운 가지와 거대한 줄기, 그리고 지상으로 노출된 뿌리부분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이 멋진 나무는 올해 초 투표를 통해 ‘2024년 유럽의 나무’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퀸타 다스 라그리마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페드로 왕자와 이네스의 사랑을 음미하며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숲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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