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들 해석 따라 대응 엇갈려
일부는 빅테크 협력 병행, 일부는 완전 자립
AI 주권 둘러싼 노선 차이 뚜렷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의 국가 핵심 전략인 ‘소버린(주권형) 인공지능(AI)’에 맞춘 경영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KT는 빅테크와의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LG AI 연구원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자립 노선을 걷고 있다.
LG CNS는 10일 캐나다의 유니콘 기업 ‘코히어’와 공동 개발한 추론형 거대언어모델(LLM)을 발표했다. 이번 LLM은 111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춰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23개 언어를 지원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코히어의 기업용 LLM인 ‘커맨드(Command)’ 모델이다. LG CNS는 AI 기술을 적용시켜 LLM의 성능을 높였다. LG CNS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에이전틱 AI’ 서비스 발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LG CNS는 온프레미스 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자체 인프라 내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프레미스는 회사 내부의 서버나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것으로, 데이터의 외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LG CNS는 “고객사들은 데이터와 인프라 주권을 확보하는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자체 AI 모델인 ‘가우스’의 성능을 고도화하면서도, 구글 등 파트너사와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더 윌리엄 베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우스의 성능 개발에 지속 투자하고 있으며,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외부 AI 에이전트를 원하는 분들껜 이것도 적용해드린다. (삼성전자의) AI는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로 간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하게 KT도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소버린 AI의 관점에서 자체 개발한 LLM과 빅테크와 협력해 개발한 모델 두 가지를 동시에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이달 3일 KT는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LLM ‘믿음 2.0’을 내놨다. KT는 믿음 2.0이 △데이터 주권 보장 △AI 모델의 선택권 △한국적 가치관 반영 △안전하고 책임 있는 규제 준수 등 ‘소버린 AI’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신동훈 KT 젠 AI 랩장은 “믿음은 소버린 AI를 대표하는 모델이다”라며 “믿음 모델은 데이터 구축부터 모델 학습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KT 자체 기술로 구축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개발하는 GPT 기반 ‘한국적 AI’는 연내 공개될 전망이다. 이 모델은 고성능과 범용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SKT는 오픈소스로 효율성을 높였다. 알리바바의 LLM ‘큐원 2.5(Qwen 2.5)’에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시켜 에이닷 엑스(A.X) 4.0을 개발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에 드는 비용과 자원을 절약하는 대신, 이를 기반으로 쌓아 올리는 LLM의 성능에 초점을 뒀다. SKT는 독자적 기술로 자체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먼저, 에이닷 4.0의 토크나이저(텍스트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단위인 토큰으로 분할하는 도구)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SKT는 AI 데이터센터 내 자체 슈퍼컴퓨터인 ‘타이탄’을 활용해 에이닷 엑스의 대규모 학습(CPT)를 진행했다.
반면, LG AI 연구원은 인프라와 데이터 전반에서 외부 생태계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자립 노선을 선택했다. LG AI 연구원은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설계부터 학습, 추론까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 기반으로 운영한다. 특히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 학습 데이터를 자체 수집·정제하고,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외산 모델을 미세조정한 ‘파생형 모델’과는 구별되는 접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전 LG AI 연구원장의 이력이 주목받으면서, 그가 진두지휘했던 ‘엑사원’의 소버린 AI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 AI 연구원의 최신 LLM인 ‘엑사원 3.5’는 △24억 파라미터의 초경량 온디바이스 모델, △78억 파라미터의 범용 경량 모델, △320억 파라미터의 고성능 특화 모델 등 3종으로 구성된다. 차기 버전인 ‘엑사원 4.0’은 조만간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