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IKA, NIPAH, MPOX
생전 들어보지 못한 영단어?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해당 이름 학습에 열을 내고 있는데요. 안전과 생존에 필수적인 내용이죠. 특히 동남아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말입니다.
2025년 현재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니파바이러스, 엠폭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그리고 최근 중국 사례로 떠오른 ‘뇌 먹는 아메바’까지… 이름만 들어도 낯설고 무서운 바이러스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여름철을 맞아 동남아로 여행을 계획한 이들 사이에선 공포심을 불러왔죠.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동남아시아 지역 격주 감염병 현황 보고서(BIWEEKLY EPIDEMIOLOGICAL BULLETIN – WHO South-East Asia Region)’를 통해 현 상황을 공개했는데요.

올해 들어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경고음을 울린 바이러스는 지카 바이러스입니다. 5월 30일 제주도에서 40대 남성 확진자가 처음으로 보고됐는데요.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이 환자는 모기에 물린 뒤 오한, 근육통, 결막충혈 증상을 보여 검사 후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죠. 국내에서 매개 모기에 의한 감염 사례는 아직 없지만 2016년 이후 보고된 40건 중 39건이 동남아 유입 사례인데요. 필리핀과 태국에서 각 10명, 베트남 7명, 몰디브·인도네시아에서 각 2명의 환자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일반 성인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지만 임신 중 감염되면 태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위험국 방문 임신부의 여행을 권장하지 않는데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숲모기를 통해 전파되며 성 접촉·수혈·수직감염 가능성도 일부 확인된 상태죠.
‘에볼라급’ 경보를 받은 니파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5월 인도 케랄라주에서 42세 여성 환자가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요. WHO 동남아시아 사무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 환자는 증상 발현 5일 만에 혼수상태에 빠졌고 감염 경로는 여전히 불명입니다. 니파 바이러스는 박쥐·돼지 등 동물이나 오염된 수액을 통해 전파되며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데요. 치명률은 40~75%로 보고되고 있죠. 질병청은 최근 해외 유행 동향을 고려해 니파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전염병, 엠폭스(원숭이 두창)도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요. 유럽과 미주 중심으로 번졌던 엠폭스는 올해도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잔존 중입니다. 태국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2건의 신규 확진이 보고됐고 WHO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동남아 지역 누적 확진자는 1030건에 이르죠. 성접촉 중심 전파가 많지만 피부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특정 유흥시설 방문이 위험요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특히 파키스탄, 필리핀에 이어 태국까지 확산되면서 그 세를 넓혔죠.

6월에는 전북에서 태국 여행 후 돌아온 한국인이 뎅기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국내 첫 뎅기열 확진자인데요. 뎅기열은 흰줄숲모기나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전파되며 발열·두통·관절통 등 증상 외에 출혈열이나 쇼크 증후군으로 진행될 수 있죠. WH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수십만 건이 보고됐는데요. 말레이시아는 올해 1~4월에만 4만2000건, 인도네시아는 4만2655건이 발생했죠. 인도네시아는 173명의 사망자까지 나왔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태국은 4월 기준 1만992건, 베트남은 5월 중순까지 8595건이 접수됐죠. 동남아 가수 국가에서 대유행급 확산 중입니다.
필리핀에서는 HIV 감염(에이즈)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요. 1~4월 사이에만 6703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죠. 15~25세 사이 감염이 무려 500% 증가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는데요. 필리핀 보건부는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보건 체계 속에서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죠.

이 가운데 중국에서는 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뇌 먹는 아메바’의 출현이죠. 이달 초 중국 푸젠성의 온천을 다녀온 5세 아동이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감염돼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이 병원체는 코를 통해 뇌에 침투해 뇌 조직을 파괴하며 치사율이 9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WHO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전 세계 380건 이상 보고되었으며 생존자는 극히 드뭅니다.
정리해보면 현재까지 필리핀은 에이즈와 엠목스, 태국은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엠폭스, 인도는 니파 바이러스, 인도네시아는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중국은 아메바가 출현하거나 확산된 상황인데요. 이 중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은 해외서 유입돼 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죠.

동남아 전염병 창궐로 올해 CDC 여행주의보에 따르면 동남아 다수 국가에 모기 매개 질환과 바이러스 경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여행객인데요.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사랑은 유명하죠. 지난해 출국자는 287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99.4%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특히 동남아 여행 비중이 눈에 띄게 높죠. 법무부가 집계한 내외국인 출입국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으로 약 440만 명, 필리핀에는 약 157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물론 관광지 중심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으로의 여행도 활발한데요. 동남아 전역이 한국인 여행객에게 주요 목적지임은 확실합니다. 그만큼 여름 휴가 시즌과 겹치는 시기, 감염병 리스크는 국민 대다수가 직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죠.
기후변화로 수온이 높아지며 모기와 원생동물의 번식 환경이 넓어지고요. 도시 확산과 빈약한 보건 인프라까지 겹치며 바이러스의 경로를 막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WHO는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연관성을 경고하며 각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동남아 여행객은 예방 수칙 숙지, 여행자 보험, 응급 대처법, 귀국 후 건강 관찰은 필수죠. 제대로 알고 대비하면,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있는데요. ‘정보와 경계’ 여름휴가가 추억이 될지 뉴스가 될지는 당신의 준비에 달려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