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소버린 AI 만능 아니야⋯AX도 중요”
R&D 핀셋 지원ㆍ‘선 시행 후 규제’ 원칙 등 요구도

“국내 경제는 한정돼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해서 글로벌 AI 생태계에 저희가 분명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일 LG AI 연구원의 임우형 상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임 상무는 “모델 하나 개발한다고 'AI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가고 있다. 결국, 산업이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시 송파구 IT 벤처타워에서 산업계의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주관했다.

이번 간담회는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의 임명 후 첫 번째 행보다. 류 차관은 “인공지능(AI) 사업을 하고 계시는 산업계를 (취임 후) 가장 먼저 뵙고 싶었다”며 “국가적으로도 AI는 최우선 과제다. 세계 경쟁의 홍수 속에서도 AI 경쟁만큼 중요한 사안이 없다”고 했다.
산업계는 글로벌 생태계에 토종 AI가 편입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역할과 성과를 낼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수백억 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반드시 글로벌로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산업계는 '소버린 AI'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정규 대표는 “어떤 부분을 수성하고 어떤 부분을 공성할지 정해야 한다”며 “소버린 AI는 수성의 관점이다. 공성의 경우엔 '글로벌 AI'라고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이경일 대표도 “'소버린 AI'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와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류 차관은 “조속한 시일 내 (소버린 AI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서 한 방향으로 힘을 모을 예정이다”라고 했다.
산업계는 ‘소버린 AI’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전환(AX)’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가) 좀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AI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이런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소버린 AI'가 만능키로서 해석되기엔 무리가 있다”며 “소버린 AI가 수출될 정도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다른 좋은 모델이 나오면 손쉽게 (모델을) 바꾼다”고 했다.
끝으로, 산업계는 정부를 향해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랩장은 “우리나라 행정규제법 제5조2에 보면 '선 시행 후 규제' 원칙이 있지만, AI 기본법엔 그게 반영돼 있지 않다”며 “AI 기업 입장에서는 뭔가를 시행할 때 항상 멈칫하는 부분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유 랩장은 “원천 기술 연구를 위해, 이 분야 R&D의 핀셋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 삼성SDS 부사장은 “중국은 기술도 인력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진짜 힘은 데이터다”라며 “정부나 행정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민간이 보유한 기술과 서비스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체계를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