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에 온플법 등 디지털 교역이 주요 쟁점이 될 듯
전문가 "관세 협상과 디지털 교역은 따로 놓고봐야 할 문제"

미국이 7일(현지시간)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 이목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의 무역 관계가 상호적이지 않다며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애초 7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이는 3주 동안 협상에 따라 관세 발효일을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한국과 무역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사실상 남은 기간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다음 달 1일로 미뤄지면서 정부는 3주가량의 시간을 벌게 됐다. 정부는 합의 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서한으로 8월 1일까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보고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3주 남짓한 기간 한미 무역 협상 테이블엔 '디지털 교역'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진행한 한미 무역 당국 간 협의에서도 디지털 규제 문제를 꺼내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계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는 '온플법'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온플법은 구글, 애플 등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에 포함해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자기 플랫폼 외에 다른 플랫폼에서는 물건을 팔지 못하게 막는다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과 제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사후 규제와 달리 매출, 거래금액, 시장점유율, 월평균 이용자 등을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온플법이 제정된다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 다수도 공정위 규제권에 들게 된다.
문제는 미국 의회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온플법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이 보낸 서한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보기술(IT) 회사들에 부당하게 적용하고 있는 무역 장벽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사용 제한 정책, 해외 콘텐츠 공급자에 대한 네트워크 사용료(망 사용료) 부과 법안, 거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동향 등을 '디지털 교역 장벽'으로 열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관세 협상과 디지털 교역은 따로 놓고 봐야 할 문제라며 협상이 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플법 등 디지털 교역이 수출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관세에 대한 보복이 나온 건 수출 적자 문제 때문일 뿐 디지털 교역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주권은 우리나라의 정체성, 한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만큼 이를 통상의 도구로 쓰는 것보다 우리가 가질 정책적 자율성과 독립적 정책 등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국에서만 특별하게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게 아니다"며 "유럽연합(EU)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전 세계가 단일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해 독점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한미 관세 협상에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도모하는 정책 중 하나로 온플법 입법을 검토해 대통령 공약집에 담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