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기업, 소비쿠폰 영향 적어...원가 부담 여전⋯정부와 지속 소통

정부가 여름철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전례 없는 ‘가공식품 대할인전’에 나선다. 라면과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여름철 인기 소비재를 중심으로 7~8월에 최대 50% 할인 행사가 본격화된다. 유통 대기업과 식품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실상 정부 주도 ‘반값 물가 방어전’인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여름 휴가철 소비자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대형마트·편의점 등과 연계한 가공식품 공동 할인 행사를 이달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4일 주요 식품·유통기업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 2.2%) 발표에 따른 후속 대응 차원이다.
이달에는 소비자물가 체감도가 높고 원재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제품과 여름철 소비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대형마트, 편의점, 자체 온라인몰 등에서 △라면 △빵 △커피·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등을 할인 판매한다.
라면은 농심, 오뚜기, 팔도, 삼양식품이 참여한다. 농심은 최대 43% 할인, 오뚜기는 편의점에서 1+1 행사 등을, 팔도와 삼양식품도 최대 50% 할인 행사 등을 준비했다. 빵은 SPC가 참여해 식빵·호떡·샌드위치 등을 대형마트에서 최대 50% 할인한다. 동서식품은 커피류를 최대 40% 할인하고, 1+1 행사도 펼친다. 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음료 등의 음료도 최대 50% 할인, 1+1 행사 등으로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김치는 CJ제일제당, 대상, 사계담이 참여해 10~30%가량 할인한다.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은 13~40%, 빙그레의 아이스크림은 20~30%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 농협하나로마트 등 유통업체들도 먹거리 관련 할인 행사를 펼친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협조하기 위해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평소에도 시즌에 맞춰 탄력적으로 할인 행사를 전개해왔지만, 정부의 요청에 따라 품목과 할인율 등을 키우기로 했다”며 “가시적인 매출 성과까진 아니더라도 소비쿠폰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21일부터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식품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매출처인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이 사용처에서 제외되기 때문.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할인 행사를 대형마트 등에서 전개하면서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전반적인 내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입 원재료 21개 품목에 할당관세 적용해 왔고 올해까지 커피와 코코아 수입 부가가치세를 면세하기로 했다. 또 식품업계에 원료구매자금 지원도 확대했다.
정부는 다음 달에도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업계와 할인 행사 진행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식품 원료수급 등 과제 개선을 위해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는 국제 원자재 가격, 물류비, 환율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후 변화 등으로 원재료 수급과 단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당분간 가격 인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와 협력해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가격 동결, 인상률 최소화보다는 원가 변동 요인을 면밀히 살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