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인구 유인책·세제 혜택 필요"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들어서는 초고가 단지 ‘어나드 범어’가 최근 진행된 청약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면서 지방 청약시장의 침체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다시금 부각됐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8일 당첨자 발표가 예정된 포스코이앤씨의 ‘어나드 범어’는 601가구 일반공급 모집에 366명만이 신청해 전체 평균 경쟁률이 0.43대 1에 그쳤다.
특히 136㎡, 153㎡, 156㎡ 등 가구 수가 많은 주요 평형대는 줄줄이 미달 사태를 겪었다. 가령 136㎡의 경우 공급 세대 수는 93가구지만, 접수 건수는 총 19건에 그쳤다. 다만 분양가 60억 원과 57억 원에 달하는 펜트하우스 타입은 각각 9대 1,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어나드 범어는 내년 1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로 아파트, 주거형 오피스텔, 판매시설로 구성되며 지하 6층~지상 33층 총 5개 동 규모다. 특히 최고급 설계와 마감재로 대구에 새로운 고급 주거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대구는 미분양 기조가 심해서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는 사업지임에도 최고급 펜트하우스가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적극 홍보해 고급 단지 혜택을 누리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나드 범어의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던 것은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찾지 못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공동주택은 8586가구다. 이는 전국 미분양 물량(6만6678가구)의 12.8%를 차지, 경기(1만2155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같은 달 기준 3844가구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서울에만 청약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올해 1~5월 전국 청약 경쟁률 누적치(1·2순위 평균)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60.62대 1, 수도권은 10.08대 1, 지방은 7.01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5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이 4616가구(17.1%), 비수도권이 2만2397가구(82.9%)로 큰 편차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에서 지방이 일부 빗겨가면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대응과 미분양 매입 시 양도세 한시적 면제 등 세제 지원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방 청약시장 침체는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고급 단지라 해도 아파트가 팔리려면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데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일자리 감소가 문제”라면서 “서울의 일자리를 지방에 내려보내는 정책과 함께 (지방에서) 임대 사업자 및 수분양자에게는 양도세를 줄여주는 등 정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