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매출액 오히려 감소
수출판로 독자 개척 어려워

K방산이 축제 분위기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방산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다. 현대로템이 폴란드로부터 약 8.8조 원 규모의 K2 전차 계약을 따냈다.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기업들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수조 원대 계약이 잇따라 성사되며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방산 중견·중소기업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실질적인 낙수 효과가 중소기업까지는 도달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9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방산지정 업체는 83개다. 대기업 18개, 중견기업 19개, 중소기업 46개다. 약 80%가 중견, 중소기업인 셈이다. 방산지정 업체들의 같은 해 전체 매출은 152조6050억 원이다. 이 중 대기업 매출이 138조7374억 원으로 무려 전체의 91%를 차지한다. 전체 방산 매출의 90% 이상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돼있는 셈이다.
대기업 매출액이 증가할 동안 중견기업 매출액은 오히려 줄었다.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11.79%, 2022년 14.45%, 2023년 22.61%로 큰 폭으로 뛰었다. 중견기업의 경우, 2022년 매출액 증가율이 8.49% 였으나 2023년에는 -3.05%로 역성장했다. 기업의 성장률을 판단하는 지표인 자기자본증가율의 경우, 중견기업은 2022년 2.77% 였으나 2023년 -6.65%로 집계됐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자기자본증가율이 2022년 0.21%에서 2023년 17.49%로 급등했다.
특히 국내 납품과 수출 물량의 이중 원가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사업은 방사청이 개입해 원가 정산이 비교적 투명하다. 수출은 다르다. 대기업이 해외와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다. 대형 방산기업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중소기업에 단가를 낮춰 납품을 요구하는 일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완제품을 수주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 그런 요구를 해야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방식이 다양해지며 현지 생산라인 구축이 늘어나는 것도 중소기업 낙수 효과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다. 기존에는 국내개발 장비를 국내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개발 장비를 수출국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레드백 장갑차 처럼 국제공동개발 장비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 등 유형이 다변화되는 상황이다.
호주, 인도, 사우디, 폴란드 등 주요 국가들은 방산 물자 수입과 함께 현지생산, 자국산 부품 적용 및 기술 이전 등 자국 방위 산업 육성도 함께 원한다. 대표적으로 K2 전차의 경우, 폴란드군 요구에 따라 2차 계약부터는 단순 납품이 아니라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과의 협력으로 현지 조립 생산될 예정이다. 현지 조립·생산되면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호황에 따른 효과 체감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수출 판도를 홀로 뚫기 어려운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보도 어둡고 능력도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방산전시회에서 홍보하고 영업을 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하지 않으면 수출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을 위한 독자적 수출 창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해외 사례도 있다. 캐나다 상업공사(CCC·Canadian Commercial Corporation)는 중소기업들에 캐나다 정부를 대표해 외국 정부와의 방산 계약 체결을 지원한다.
물론 한국 방사청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방사청은 방산 중소기업 방산 분야 참여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수혜 기업은 소수에 그친다. 최근 3년간 진행된 180개 과제 중 25건(13.9%) 만이 연구소 내 국방벤처 지원 사업,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 등 상위 단계 지원 사업으로 연계된 것으로 집계됐다. 방산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 사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방위산업 시장 내수가 정체되고 수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수출은 주로 방산 대기업들이 도맡아 하다 보니 방산업계 내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 중견기업들이야말로 K방산 생태계의 허리다. K방산이 잘되고 있다고 손뼉만 칠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어떻게 하면 허리를 잘 챙길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