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태양도 믿을 수 없다’…기업 운명 좌우할 전력조달 전략 [이상기후, 자본을 흔들다]

입력 2025-07-0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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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7-06 17:0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기후위기 리셋 경제학’ / [1회] 폭염과 이상기후,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

기후변화에 재생에너지 생산 불안정 심화
수력·태양광 발전량 급감에 전력망 불안 우려 고조
예비전력 확보·에너지 조달 다변화 등 대응 활발
전력조달 전략, ‘기후회복 탄력성’ 초점

[전문]
100년 만의 폭우가 미국 텍사스를 덮쳤다. 유럽은 살인적 폭염과 홍수, 산불로 산업이 멈췄고 한국은 열대야와 집중호우가 일상이 됐다.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전 지구적 일상으로 번지면서 경제의 기초 질서와 자본의 흐름까지 바꾸는 ‘기후발(發) 대전환’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린다.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농업 생산 차질과 노동 생산성 저하, 인프라 붕괴 및 원자잿값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후발(發) 악순환 구조는 갈수록 고착화하는 형국이다. 이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본지는 기후위기가 불러온 경제구조의 변화와 자본 흐름의 방향성, 산업별 대응력의 격차가 불러올 시장 내 생존 전략의 차이를 집중 분석한다.

▲독일 랩샤겐의 태양광발전소 뒤에서 풍력 터빈이 돌아가고 있다.  (랩샤겐(독일)/AP뉴시스)
▲독일 랩샤겐의 태양광발전소 뒤에서 풍력 터빈이 돌아가고 있다. (랩샤겐(독일)/AP뉴시스)
최근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는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생산이 이상기후로 위협받고 있다. 전통적인 화력발전보다 공급의 안정성이 낮은 특성에 더해, 고온·가뭄·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전력 수급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단 없는 전력 확보를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조달 전략이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성매거진에 따르면 컬럼비아대 기후변화연구학회는 “재생에너지는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공급과 수요 모두 고온·가뭄·강수 패턴 변화·홍수·산불과 같은 기후변화 영향에 민감하다”면서 “기후 충격에 대비한 시스템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전 세계 재생에너지 중 44%를 차지하는 수력은 고온과 가뭄에 취약하다. 기온이 상승하면 저수지의 수량이 줄어 발전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캘리포니아 오로빌호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저수량이 급감하면서 에드워드 하이엇 수력발전소가 가동이 중단됐다. 하이엇 수력 발전소는 최대 80만 가구의 전기 공급을 책임져왔다.

중국의 주요 수력발전지역인 쓰촨성은 2022년 8월께 장마철 기간임에도 가뭄이 발생해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당시 가정용 전기를 우선 확보하기 위해 기업 상당수가 그해 8월 15일부터 25일까지 공장 가동 중단 조치를 취했다. 산업단지 밀집 지역이자 폴리실리콘, 리튬 등 핵심소재 생산지인 쓰촨성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 연쇄 영향을 미쳤다.

태양광은 강우는 물론 폭염에도 취약하다. 고온은 패널의 효율을 낮추고, 밤에도 식지 않아 시스템이 과열되어 효율이 더 낮아진다. 또한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해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송전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가량까지 높인 독일은 2023년부터 ‘둔켈플라우테(Dunkel Flaute·겨울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하는 현상)’에 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기압 정체로 풍속이 낮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급감한 것이 주원인이다.

▲글로벌 에너지 투자 추이. 단위 조 달러. 밑에서부터 석유/천연가스/석탄/청정연료/재생가능/원자력/전력/에너지효율/전동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생산 투자가 3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 재생·핵·전기·에너지저장 등을 포함한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조2000억 달러로 관측했다. 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보다 2배 더 높은 수준이다. (출처 IEA)
▲글로벌 에너지 투자 추이. 단위 조 달러. 밑에서부터 석유/천연가스/석탄/청정연료/재생가능/원자력/전력/에너지효율/전동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생산 투자가 3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 재생·핵·전기·에너지저장 등을 포함한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조2000억 달러로 관측했다. 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보다 2배 더 높은 수준이다. (출처 IEA)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제조기업인 BASF·포드· BMW는 재생에너지 구매 시 단가보다 기후 회복 탄력성 기준으로 전력원을 조합하고 있다. 공급처를 특정 지역에만 두지 않고, 다양한 지역과 소규모 전력 생산자와 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아울러 BMW는 공장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구축하는 등 자체 예비 전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MW는 선녹과 계약을 맺고 독일 딩골핑과 레겐스부르크 공장의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각 10만㎡ 이상, 2만5000㎡ 이상 지붕 면적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며, 두 공장을 합쳐 연간 총 14.1기가와트시(GWh)가 생산될 예정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전력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자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령 메타는 지난달 초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간 원전 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에 이어 메타까지 원전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요 빅테크가 모두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 확보에 나서게 됐다.

독일 RWE와 일본 JERA는 청정에너지가 불안정하자 화력발전소는 유지하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RWE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상용화에 수백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JERA는 암모니아 혼소 발전 실험을 통해 기존 화력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석탄과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를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기술이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전력저장 및 유연성 강화, AI·기후 데이터 기반 수요·공급 매칭 정교화, 탄력적 조업 및 전력 계약 설계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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