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데이터센터 전력 최적화
반도체 공정 저전력 펌프 도입 등

기후 위기 대응이 산업 생존의 전제가 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가 전력 효율화와 탄소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와 저전력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효율 중심의 기술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친환경 인프라 확보와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되며 ‘전력도 줄이고 성능도 높이는’ 전략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IT 업계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AI데이터센터(AIDC) 전력·냉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AWS,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RE100 서약을 하고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 기술 혁신, 인프라 투자 등 다각적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다만 급증하는 AI 수요로 인한 전력 사용 급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아졌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48%나 급증했다.
AI 역량 강화는 물론, AIDC 전력 및 냉각 효율화는 이제 빅테크 기업들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먼저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구글의 경우 2017년 RE100 첫 달성 이후 연간 전력사용량을 뛰어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며 7년째 RE100을 유지하고 있다. AWS는 2025년까지 자사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AI 기술 기반으로 데이터 센터 최적화도 필수적이다. 글로벌 빅테트 모두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시설과 전력 사용량을 분산해 전력을 최적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체 개발한 공조 시스템 NAMU(네이버 에어 멤브레인 유닛)등 국내 기업도 AIDC 전력 최적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AIDC 최적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 역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물리적 객체(설비, 건물, 도시 등)를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재현해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를 지원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LG유플러스는 계열사와 손을 잡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센터 냉방 효율화 기술(DCIM)실증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이를 통해 냉각 에너지 소비를 최대 10%까지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업계의 그린 전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최근 올해 초에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공식 플랫폼에 기고문을 게재해 데이터센터에 집중된 AI 처리 방식이 초래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 문제 역시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해결하고 인류가 초지능 문명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감 AI 솔루션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와 함께, AI 연산 처리를 위한 에너지 크레딧 제도의 국제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최근 AI 반도체 업계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에너지 제약 속에서도 전력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큰 관심을 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기후 위기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점점 더 보수적으로 바뀌며 고전력 장비 중심의 AI 인프라 확대가 사실상 한계에 부딪혔고, 발열이 심하고 전력 소모가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NPU가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AI 연산 기능에 특화돼 성능도 탁월하다. 에너지 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GPU에서 NPU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전략적 필연인 셈이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 탄소관리위원회의 ‘저전력 펌프 도입 분과’는 지난해 연말 저전력 펌프를 개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펌프는 미세화되는 반도체 공정에서 고(高)진공 환경을 만들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장비로 반도체의 품질 및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펌프 구동을 위해 사용되는 전력은 공장 전체 소비 전력의 15%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새롭게 개발한 신규 저전력 펌프는 기존 펌프 대비 전력 소비량을 39.7% 가량 저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