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악재 현실로"…정유업계 '시련의 계절'

입력 2009-08-17 09:07 수정 2009-08-17 10:4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업 다각화, 투자 우선 순위 조정 등 대책 마련해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해 말 적자를 털고 올해 상반기까지 선방을 자신했던 정유업계가 예상보다 빠른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로 영업이익률이 4분의 1 토막이 나고, 수출 급감과 물량 감소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고 있는 게 현실.

여기에다 중국 경기부약책 등에 따른 수요 지속으로 정유사업 적자를 상쇄했던 석유화학사업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제마진 악화…영업이익률 '4분의 1토막'

정유업계가 올 하반기에 다시 시련의 계절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정제마진 악화다. 1년 만에 역마진 상황이 다시 나타나면서 올해 2분기 3대 정유사의 영업이익률이 2%로 주저 앉은 이후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던 지난해 2분기의 7.7%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것. 실제 SK에너지의 2분기 단순정제마진은 배럴당 -3.51달러로, 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분기 배럴당 0.62달러 였던 단순정제마진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율을 확대시켰다.

벙커C유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와 등·경유를 생산할 때 발생되는 원료와 생산품의 가격 차이인 복합정제마진도 최근엔 마이너스(-)까지 악화됐다. 그동안 정유업체의 효자노릇을 하던 고도화 설비도 2분기에는 정유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이처럼 정제마진 악화가 지속되자 SK에너지는 최근 인천공장의 중질유분해시설(HCC)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완공시기를 5년 뒤로 연기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세계 경제침체로 석유제품 가격 약세, 인도 릴라이언스 등 해외 업체들의 정제시설 신·증설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최근 정제마진이 소폭 올랐으나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제마진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급감…'수출 효자' 옛말

정제마진 악화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이 수년 전부터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불구, 올해 수출 실적이 극심하게 저조해졌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유가가 낮아 수출 금액 떨어진 것뿐만 아니라 최근엔 수출 물량 감소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C유 나프타 등) 수출액은 95억109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1억6326억달러 대비 47.69%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 물량은 1억6239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9.75% 늘었다.

문제는 수출 물량 증가세가 꺾이면서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 상반기에 10% 가량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월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월 14.83%, 2월 17.91%, 3월 26.76%로 늘었지만 4월 11.54% 늘어 증가세가 둔화됐고 5월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2%나 축소됐다. 6월에는 4.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 시장은 가격싸움이라 운송비 등 비용을 감안하고도 마진이 남으면 어디든지 수출할 수 있는 구조인데 올 들어 정제 마진이 크게 축소돼 수출시장 개척에 직접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며 "정기 보수공사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줄인 것도 수출 물량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제마진과 수출이 상관관계에 있는 만큼 정제마진 악화가 풀려야지만 지난해 선박류와 수출 1위 품목을 다투던 수출 주력 상품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사업도 불투명

이와 함께 정유업체의 본업인 정유사업 적자를 상쇄했던 석유화학부문에 대한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심으로 지난 2분기 석유화학사업은 중국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수요 지속으로 상당한 흑자를 냈지만 하반기부터 중국의 수요 감소와 중동 등에서의 공급물량이 확대되면서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은 "세계 경제의 침체와 환율 및 유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1분기에 회복됐던 석유화학 사업은 세계 경기침체의 지속과 설비증설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그나마 석유화학사업 호조의 영향으로 영업적자를 면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정유업계의 사업다각화와 미래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어발식 투자보다는 신용리스크를 줄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우선시하는 투자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

한 정유사 임원은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다각화와 미래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과도차 부채에 따른 신용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성과를 가시화시키기 위해 투자에 대한 우선 순위를 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하루 한 시간도 못 쉰다…우울한 워킹맘·대디의 현주소 [데이터클립]
  • 밀양 성폭행 사건 재조명…영화 ‘한공주’ 속 가해자들은?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002,000
    • -0.82%
    • 이더리움
    • 5,127,000
    • -1.38%
    • 비트코인 캐시
    • 652,000
    • -2.1%
    • 리플
    • 697
    • +0%
    • 솔라나
    • 221,900
    • -1.81%
    • 에이다
    • 617
    • +0%
    • 이오스
    • 988
    • -1%
    • 트론
    • 162
    • -1.82%
    • 스텔라루멘
    • 141
    • +1.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76,700
    • -3.82%
    • 체인링크
    • 22,220
    • -1.55%
    • 샌드박스
    • 580
    • -1.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