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문학번역원이 '문학번역의 미래 - AI 시대 인간번역의 가치'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제기된 가장 핵심적인 물음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전과는 다른 창의적 차세대 번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번역가가 AI를 적절히 활용해 인간 번역가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마승혜 동국대 교수는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에 수록된 시 '쌍시옷 쌍시옷'을 예시로 들며 AI 번역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강의 다리 난간 위 새 한 마리
왼발에 미래
오른발에 과거
었, 겠, 었, 겠, 었, 겠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고
내 일기엔 쌍시옷이 쌓인다)
김혜순 시인 '쌍시옷 쌍시옷' 中

원문의 '었'과 '겠'은 새의 발 모양을 상징하며 동시에 각각 과거와 미래를 의미한다. 이를 번역가는 'less, ness'로, 챗GPT는 "was, will'로 번역했다.
마 교수는 "사운드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서 '었'과 '겠'을 'less', 'ness'로 번역했다. 이 번역은 운율을 살렸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도 "챗GPT에게 영어로 번역하되 새 걸음의 이미지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번역을 시켰더니 놀랍게도 'was'와 'will'로 번역했다"라고 설명했다.
인간 번역과 달리 챗GPT는 'w'를 통해 새 발 모양의 이미지를 보존하면서도 과거(was)와 미래(will)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번역한 것이다. 마 교수는 "문학 번역은 창의적인 작업이다. 작업이 막힐 때 이렇게 활용해서 또 다른 생각과 영감을 얻을 수 있다"라며 AI 활용을 강조했다. 문학번역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창의적으로 떠올려야 하는데, AI가 제시하는 사례가 새로운 대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세연 동국대 서사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문학 번역은 단순히 단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정서와 문화, 숨겨진 뉘앙스를 되살리는 창조적 해석"이라며 "AI라는 도구를 통해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는 인간 번역가의 감각과 선택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문화평론가 역시 "AI가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구다. 번역의 마지막 선택은 늘 인간의 감각에 달려 있다"라며 "훌륭한 편집자가 원고를 다듬듯, 좋은 번역가는 원문과 독자 사이의 온도를 재조절한다"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번역이 점차 발전하면서 문학 번역에 대한 윤리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번역원은 2027년 가을 개교를 목표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준비 중이다.
곽현주 번역원 번역교육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교과목을 만들어서 번역대학원대학교 교육 과정에 반영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특히 '번역 윤리'와 관련한 과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