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엔무브가 중복상장 논란에 네 번째 기업공개(IPO)를 포기한 가운데 SK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 SK플라즈마는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해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모습이다.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마쳐야 하는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 계약이 걸려있는 데다 자체 연구개발(R&D) 비용 조달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최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PT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각사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나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플라즈마는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대어’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다만 최근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라 불리는 중복상장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어 부담도 크다. 특히 SK플라즈마는 ‘물적분할 자회사’라는 점에서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된 기업이다. 2017년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SK그룹 내 바이오사업은 크게 중간 지주사격인 SK디스커버리와 지주사인 SK㈜로 양분돼 각 산하에 계열사들이 산재해 있는데, SK플라즈마가 증시에 입성하면 SK그룹의 22번째 상장사가 된다.
정부는 최근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 칼날을 날카롭게 들이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5년 기간 제한’과 무관한 강화된 질적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과의 중복상장 논란에 결국 IPO를 철회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SK플라즈마가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는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들과 약속한 풋옵션 계약 때문으로 관측된다. SK플라즈마는 2021년 11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2026년까지 IPO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증자에 참여한 전략적투자자(SI) 티움바이오에는 기한 내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취득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했다. SK디스커버리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연구개발(R&D)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도 상장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관측된다.
SK플라즈마는 중복상장에 따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플라즈마의 물적분할 시기는 10년 전인데다, 당초 그룹에서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별도 신설한 회사라 모기업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도 없을 거란 설명이다. SK플라즈마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 IPO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번 IPO는 SK플라즈마의 성장과 함께 모회사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규의 제·개정 진행 상황에 따라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SK플라즈마와 모회사 주주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