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의 정치원론] 과도한 의원·장관 겸직의 부메랑

입력 2025-07-01 19:1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국정·조직 장악력 등 장점 많지만
견제와 균형이란 헌법정신 어긋나
대통령 중심의 권력융합 경계해야

대통령이 총리, 장관, 대통령실 측근을 인선할 때 개별적으론 별문제가 없는 인물들이라도 전체 구성에서 우려와 비판을 자아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 인선을 전체적으로 볼 때 입법부·행정부 권력 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존중하는 범위 내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국무총리 및 17개 중앙부처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고 국토부와 문체부만 미정이다. 국회 인준 절차와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여당이 다수 의석인 만큼 후보자들 대부분이 최종 임명될 걸로 예상된다. 그런데 전체 구성을 보면 현역 의원이 너무 많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정성호(법무), 윤호중(행안), 정동영(통일), 안규백(국방), 김성환(환경), 강선우(여가), 전재수(해수) 후보자가 여당 의원이다. 권오을(보훈) 후보는 전 의원이다. 차관급이지만 4대 사정기관장에 끼는 국세청장으론 임광현 의원이 임명됐다. 대통령실을 봐도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이 의원직을 포기하고 자리를 맡았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 의원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의 첫 내각에서 의원 수를 보면 김영삼 6, 김대중 10, 노무현 3, 이명박 0, 박근혜 2, 문재인 5, 윤석열 4명이다. 대통령마다 들쑥날쑥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DJP 정치연대로 당선된 데다 취임 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있던 터라 국정 통일성과 신속성을 위해 의원 위주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예외를 제외하곤 이번처럼 의원 위주로 인선한 적은 없었다. 탈여의도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첫 내각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의원·장관 겸직자가 많으면 기대되는 긍정 효과가 있다. 정권이 인수위원회도 없이 급히 출범한 만큼 초기에 변화를 위한 국정 추진력과 안정을 위한 국정 경험이 조화롭게 필요한데 의원들이 이에 잘 부합한다. 의원 겸직 장관은 국회와 행정부의 연결 다리가 되고 국정 이해도, 정무 감각, 조직 장악력, 인사청문 방어력에서 비교 우위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와 행정부가 국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교착에 빠지거나 국정 결과를 놓고 서로 탓하며 대치하는 폐단을 줄여 국정 전반의 효율성,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은 권력 융합의 원칙에 입각한 내각제가 아니라 권력 분립의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내각제적 요소도 가미한 절충형이긴 해도 대통령제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국정의 조화를 기하는 게 헌법 정신이다. 이를 위해선 권력 융합이라는 내각제적 성격이 과도해지지 않아야 하므로 의원·장관 겸직자를 너무 늘려선 곤란하다. 또한, 국회의 입법 기능이 위축되고 대신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입법 기능, 특히 입법 주도권을 키워온 현실 추세를 주목해야 한다. 이 추세가 이번 내각 인선으로 더 격화될 수 있다.

이미 20년 전 독일 학자 포군트크(Thomas Poguntke)와 영국 학자 웹(Paul Webb)은 공저에서 ‘정치의 대통령화’를 경고했다.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국정을 주도하고 심지어 내각제 국가들에서도 수상이 대통령처럼 군림하는 현상이 각국에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현상은 미디어 혁명과 전통적 정당 균열 구도의 와해로 정치의 개인화가 촉진되는 가운데 퍼졌는데, 행정부 수장이 개인적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제도적 집합체로서 입법부가 위상을 잃고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데 그 심각함이 있다. 의원이자 장관인 사람들의 수가 크게 늘어 대통령의 뜻만 받들며 국정을 이끈다면 이 두 학자가 말한 ‘정치의 대통령화’가 우리나라에서도 가속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은 헌법적 권력구조 못지않게 내각 인선과 같은 운용 방식을 통해서도 촉진될 수 있다. 권력 분립을 지향하는 현행 헌법은 그 자체로 제왕적 대통령을 처방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 헌법을 운용할 때 의원·장관 겸직과 같은 내각제적 요소를 과하게 가미해 권력 융합을 시도한다면 대통령은 제왕처럼 국정의 과도한 몫을 차지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제 헌법의 이런 내각제적 운용은 결국 부메랑이 돼 정치 전반은 물론 정권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혼연일체”로 권력을 행사해 국정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그로 인한 난맥상에 대한 책임 역시 대통령과 여당이 오롯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 고민이 필요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600,000
    • -2.84%
    • 이더리움
    • 4,535,000
    • -3.65%
    • 비트코인 캐시
    • 847,500
    • -1.05%
    • 리플
    • 3,051
    • -3.69%
    • 솔라나
    • 198,200
    • -6.24%
    • 에이다
    • 621
    • -6.19%
    • 트론
    • 427
    • +1.18%
    • 스텔라루멘
    • 365
    • -3.18%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690
    • -0.62%
    • 체인링크
    • 20,210
    • -5.6%
    • 샌드박스
    • 210
    • -7.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