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ㆍ정감’ 신품종 개발에 큰 공
농가서 발아ㆍ생육까지 직접 관리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리온 감자연구소. 이곳에는 식품업계 안팎에서 이름난 유명 인사가 있다. 4년 전 인기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한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이다. 당시 기준 18년 간 오로지 감자만 연구한 연구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로 22년차 감자맨인 황 파트장은 2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6월 중순부터 나오는 햇감자칩이 제일 맛있다”고 웃어보였다. 오리온이 생산하는 ‘포카칩’과 ‘스윙칩’은 감자 제철인 6월부터 10월까지 전라남도 보성, 충청남도 당진 및 예산, 강원도 양구 등에서 수확한 국내산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다.
황 파트장은 최근 출하된 햇감자칩을 소개하며 “종종 집에서 감자칩을 직접 만들어 먹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단가나 효율성을 생각하면 저희 제품을 사 드시는게 훨씬 맛있고 저렴하다”고 했다. 그는 “포카칩 한 봉에는 성인 남성 주먹 하나 크기의 감자 2개 정도 들어가는데, 마트에서 파는 감자 가격이 그렇게 싼 것도 아니고 가공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부연했다.
세계 4대 작물에 속하는 감자는 단위 면적당 생산 효율이 높아 오랫동안 전 세계적 식량으로 활용돼 왔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품종은 △수미 △대서 △두백 등으로, 흔히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종은 ‘수미’다.
기존 식용 감자 품종들은 수분이 많고 고온 가공 시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환원당 함량이 높아 스낵용 감자 신품종이 필요했다. 이에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미국에서 스낵용 품종 ‘대서’를 들여왔다.

동시에 새 품종 개발에도 착수했다. 현재 두백, 진서, 정감 등 총 3개의 오리온 개발 품종이 국내 농가에서 재배 중이다.
두백은 국내 여름감자(하작) 생산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진서와 정감 개발에 큰 역할을 한 황 파트장은 최근 농가에 두 품종을 농가에 확산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그는 “품종마다 재배방법도 다르고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품종 개발뿐 아니라 파종·발아·생육 등 직접 관리해 출장이 잦다. 일반 연구소 연구원과는 제 업무가 좀 다른 면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가장 큰 과제는 신품종 개발이다. 1종의 신품종 개발을 위해서는 10여 년의 장기 개발 시간과 설비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 오리온에 입사, 감자연구소에서만 근무한 황 파트장은 “기후변화로 농가에서 고품질·다수확이 가능한 선호 재배종이 계속 달라지고 있어 꾸준히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장기간 감자 연구를 이어가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회사에서 믿고 투자해 오랜 기간 감자만 연구하고 신품종 개발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