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 때 자신의 차 혹은 캠핑카를 이용하거나 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국제버스, 기차를 타기도 하지만 가장 선호하는 이동수단은 역시 비행기다. 그런데 최근 EU가 항공 승객들의 반발을 살 만한 조치를 내놓았다. EU 교통부장관들은 이달 초 새로운 항공여객 권리 규정을 승인했는데 눈에 띄는 내용은 짐칸에 넣는 기내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승객은 좌석 아래에 들어갈 수 있는 핸드백이나 소형 가방만 무료로 가지고 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캐리어와 같은 기내 수하물에 대한 요금을 항공사 자율에 맡김으로써 이미 옵션을 세분화해 항공권 가격에 차등을 두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추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라이언에어와 위즈에어 같은 저비용 항공사들은 승객이 ‘우선 탑승’ 업그레이드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기내 수하물 요금을 부과해 왔다. EU의 이번 규정은 이런 관행을 EU 내 모든 항공사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EU 국가가 이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슬로베니아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법원 판례에 배치된다며 기내 반입 수하물 유료화 조항에 반대했다.
특히 유럽소비자기구(BEUC)는 기내 수하물 유료화에 대해 “승객의 권리를 상당히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BEUC 사무총장 아구스틴 레이나는 “일정 크기의 기내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내 수하물이 승객 운송의 필수요소’라고 명시한 EU 규정 및 EU 최고법원 판례에 위배된다. 이번 교통부장관들의 결정은 오랫동안 불공정하다고 여겨져 온 관행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항공여객 권리 규정을 주도한 유럽이사회는 “승객에게 항공권 구매 순간부터 목적지 도착까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후까지 적용되는 30개 이상의 새로운 권리가 생겼다. 항공편 지연·경로 변경에 따른 승객 보상 강화, 기내 액체류 반입 제한 완화 등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해진 조치들이 많은데 기내 수화물 유료화만 부각되는 것 같다”고 소비자들의 이해를 촉구했다.
이제 공은 유럽의회로 넘어갔다. 만약 이번 조치들이 유럽의회에서 승인되면 회원국 및 유럽집행위원회와의 협상을 통해 올해 말쯤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진다. 이 합의안에 따라 유럽 여행객들의 짐 싸기, 여행계획 수립, 항공편 예약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