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유현목 탄생 100년 기념 회고전' 개막식에서 김홍준 원장은 "유 감독님은 1960년대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한국 리얼리즘 영화를 대표하는 작가"라며 "시대의 모순 날카롭게 직시하면서도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영화의 미학을 확장한 실험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1925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유 감독은 영화 '교차로'로 데뷔한 이래 총 43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대표작으로는 '오발탄', '잉여인간', '순교자', '사람의 아들' 등이 있다.
특히 이범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오발탄'은 우수한 한국영화를 꼽는 설문조사에서 항상 1~2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유 감독은 1976년부터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김 원장은 "오늘 상영하게 될 '임꺽정'은 그동안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 '오발탄'을 만든 직후에 만든 영화인데, 3년 전 이번 회고전을 기획하고 있던 당시에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발굴됐다"라며 "이후 작업을 거쳐서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자리를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말처럼 이날 회고전에서는 유 감독의 유실작 '임꺽정'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발굴해 4K로 복원한 영화가 최초로 공개됐다. 앞서 영상자료원은 2022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이 작품의 유일본 35mm 필름을 발굴했다.
이번에 발굴된 '임꺽정' 필름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내 상영을 위해 제작된 35mm 상영용 프린트다. 이지영 영상자료원 해외수집담당은 "영화진흥공사 LA 사무소가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임꺽정'은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하고, 약 1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필름이 유실되면서 작품의 실체는 오랫동안 확인할 수 없었다.
영화에는 임꺽정 역할의 신영균을 비롯해 의적 박노식, 엄앵란, 허장강, 최무룡, 문정숙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사회비판적 리얼리즘 영화로 유명한 유 감독의 보기 드문 액션 활극이다.

이날 회고전 개막식에는 유현목감독탄생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인 정재형 영화평론가를 비롯해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김종원 영화평론가,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상준 위원장은 "한 명의 감독을 중심으로 한 탄생 100년 행사는 아마도 처음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요한 감독님들의 비슷한 행사들이 이어질 거로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상자료원은 이날 회고전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유 감독 영화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27일에는 여러 학술 세미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강성률 광운대 교수, 김시무 영화평론가가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끈 유 감독의 주요 작품들에 관해 해설한다.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한국영화 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유 감독의 실험성에 관해 한옥희 감독과 김수연 부산대 교수가 발표한다.
이 외에도 배우 강석우, 김성수 영화감독, 맹수진 평론가, 전찬일 평론가, 양윤호 감독, 이공희 감독, 김수연 영화사연구자 등이 참석해 유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